단지 내 CCTV 열람, 관리현장서 화두

아파트 경비실 내 설치된 통합관제 시스템 [아파트관리신문 DB]
아파트 경비실 내 설치된 통합관제 시스템 [아파트관리신문 DB]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경찰 신고 또는 입회 없이도 단지 내 CCTV 열람이 가능하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유권해석을 확보했다.

유권해석에 따르면 입주민이 CCTV 열람을 요청하면 관리사무소는 제3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도록 비식별화 처리한 후 입주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관리주체, 업무 과중 우려

해당 발표 후 현재까지도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들은 이번 유권해석에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반발의 요지는 ‘전기안전관리법·기계설비법·화재예방법·소방시설법 등의 제·개정 등으로 이미 관리사무소의 업무와 책임이 매우 과중해진 현 상황에서 CCTV 열람 업무는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인천 남동구 소재 아파트 관리소장 A씨는 “업계 종사자 중 고령자가 많아 현재 비식별화 처리를 할 줄 아는 관리소장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한 비식별화 처리가 가능하더라도 CCTV 열람을 요구한 입주민이 사건 발생 시간을 파악하지 못해 광범위한 양의 CCTV를 검색하게 되면 소요 시간이 상당히 길어져 타 업무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울산 중구 소재 아파트 관리소장 B씨는 “경찰청에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스티커·메모지 등을 이용해 얼굴을 가리는 방법 역시 비식별화 처리 방법에 해당한다고 게재돼 있지만 움직이는 사람과 차량을 해당 방법으로 비식별화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과 다름없다”며 “결국 CCTV 화면을 모자이크해 입주민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당연한 권리 VS 비용 부담, 갈리는 입주민들 의견

입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경찰 신고·입회 없이 단지 내 CCTV를 열람하는 것은 입주민들의 당연한 권리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식별화 처리 비용은 열람을 요구한 입주민들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경기 부천시 소재 아파트 입주민 C씨는 “비식별화 처리를 해야하는 관리사무소의 고충은 이해되지만 단지 내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한 확인을 위해 CCTV를 열람하는 것은 입주민들의 당연한 권리이므로 관리사무소도 이에 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 부평구 소재 아파트 입주민 D씨는 “단지 내 CCTV 열람 목적은 일반적으로 접촉 사고, 택배 도난, 소지품 분실 등 다소 사소한 문제로 인한 것인데 비식별화 처리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CCTV를 열람하지 않을 것 같다”며 “결국 경찰에 신고·입회를 통해 CCTV를 열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사정마다 다르겠지만 단지 내 CCTV는 1년에 몇 번 볼까 말까 한데 만약 비식별화 처리 프로그램 구매 비용 등으로 인해 관리비가 상승한다면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분명 반대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관리사무소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강구할 시간이 필요한데 현시점에서는 그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위탁관리 회사들의 반응

위탁관리 회사들의 반응 역시 엇갈리고 있다. 일부 위탁관리 회사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G사는 “관리소장들이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비식별화 처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법 소개 동영상을 제작했다”면서도 “다만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중장년층 관리소장들이 능숙하게 작업을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H사는 “이번 유권해석은 관리 현장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며 “우리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는 위탁관리 회사들과 힘을 모아 경찰청이나 개보위에 재고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유권해석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아파트 관리회사도 존재했다. 이에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지난해 12월 1일 경찰청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유권해석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관리회사에서는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취하지 않고 있다. CCTV 열람 업무는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아닌 원래 규정돼 있던 법령의 유권해석이며 무엇보다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의 관리소장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만큼 입주민들의 권리도 보장하고 관리사무소의 업무 부담도 절감할 수 있는 절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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