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도로, 현행법상 도로 미포함
사고 발생해도 중과실 인정 안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아파트 단지 내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진출처=보배드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아파트 단지 내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진출처=보배드림]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파트 단지 내 사고 도로교통법 미적용?’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게시글에는 아파트 정문 쪽에서 직진 중인 차량과 좌회전하는 차량과 충돌하는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함께 게재됐다. 이 사고 직진 차주는 좌회전 차량이 중앙 경계선을 침범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담당 경찰에게 “단지 내에서 발생한 사고기 때문에 범칙금이나 벌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좌회전 차량 측 보험사도 “운전자의 과실은 인정하지만 단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기에 중앙선 침범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해 보험사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중앙선 침범에 의한 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에 해당하는 12대 중과실사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처벌은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사유지로 구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12대 중과실사고가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공동주택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노원구 소재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음주운전에 단속돼 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입주민 A씨가 “음주운전 장소는 단지 내 주차장으로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면허취소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끝에 A씨의 운전면허 취소처분은 취소됐다. 현행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은 곳이라도 음주운전은 처벌 대상이지만 이에 대한 행정처분은 불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에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 곳에서는 무면허 운전을 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운전 연습을 하던 입주민 B씨가 보행자에게 중상을 입히고 차량 세 대를 파손시킨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20년 경찰청이 집계한 전국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건수는 무려 2278건이다. 다수의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음주·무면허 운전 등은 집계되지 않아 위험 실태에 대한 조사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손해보험협회는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차량으로 인한 보행자 횡단 사고에서 보행자 횡단 중 직진 차량이 충격, 보행자 횡단 중 후진 차량이 충격 2개의 항목에서 기존 10(보행자): 90(차량)에서 0(보행자): 100(차량)으로 보행자 과실비율을 하향조정 했다.

또한 개정된 교통안전법에 따라 지난 11월 27일부터 단지 내 도로에 통행속도 등의 내용을 반영한 안내표지(또는 현수막)를 게시하지 않은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는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단지 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일 뿐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큰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부천시 소재 경찰서 교통과 소속 경찰관은 “아파트 단지 내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대부분이 차 대 사람 사고인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편입시키는 것은 사적 영역의 침범이므로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아파트 단지 내 사고를 중과실사고 유형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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