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관리(주) 주생활연구소 박소현 연구원

길을 지나가다 종종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으면 우리는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 곳보다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에 버리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주택의 공용공간은 어떨까? 예컨대 담배꽁초가 쌓여져 있는 곳은 자연스럽게 흡연구역이 된다. 또한 놀이터에 한 번의 낙서가 시작되면 다른 곳에도 점점 퍼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왜 이런 경우가 발생하게 될까?

이런 사례들은 ‘깨진유리창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깨진유리창 이론은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1982년에 소개한 무질서에 관한 이론으로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이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80년대의 뉴욕 지하철이다. 당시의 뉴욕 지하철은 치안이 좋지 않아 여행객들 사이에서 절대 타지 말아야 할 대중교통이였다. 뉴욕시에서는 지하철의 흉악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당시 지하철에 도배돼 있던 그래피티(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도록 했다. 그러자 점점 중범죄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1994년도에는 절반 가까이 범죄율이 감소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의 프루이트 이고(Pruitt-Igoe)가 있다. 미국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는 도시화 가속으로 인구 유입이 늘면서 1954년 이주자에게 도심지에서 가까운 거주지 제공을 위해 슬럼가를 밀고 그 위에 새로운 주택단지를 건설했다. 하지만 초기 계획과 달리 세인트루이스의 인구는 감소하고 이곳에 살던 중산층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해버리며 1970년에는 33개의 동 중 27개의 동이 빈집이 됐다. 이 빈집에서는 마약거래, 강도 등 여러 범죄가 발생하게 됐고 거주민들 또한 살아남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상황에 이르러 1972년 정부가 단지를 발파하면서 철거됐다. 이처럼 깨진유리창 이론은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나중에는 지역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공동주택에서 공용공간의 무질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동주택 내에서 흡연자들은 대부분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져 있는 곳에서 흡연을 하고 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린다. 이런 경우 바닥의 담배꽁초를 줍고, 꽁초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을 만들어 두면 바닥에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자연스레 줄어들 수 있다.

복도와 계단에 누군가의 적치물이 쌓이면 하나둘씩 공용부에 개인의 자전거, 가구 등 다양한 적치물을 쌓아둔다. 이런 경우에는 관리사무소에서 지속적으로 적치물을 치우도록 안내해줄 수 있다. 또한 낙서로 뒤덮인 놀이터는 낙서들을 지우고 낙서금지 안내판을 붙여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공동주택의 공용공간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방안은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주자들이 공용공간은 다같이 쓰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낙서를 깨끗하게 지운 놀이터라도 누군가 낙서를 다시 시작하게 되면 그 놀이터는 예전과 같이 다시 낙서로 뒤덮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입주자들은 공용공간을 사용할 때 개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피해들을 고려해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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