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경              제9회 주택관리사         고덕그라시움아파트 관리소장
김종경              제9회 주택관리사         고덕그라시움아파트 관리소장

어머니!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찬바람이
당신의 뼈에 사무쳐
새벽녘의 단잠을 깨우면
당신은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늘도
들녘으로 향하시는구려!

어머니!
희뿌연 안개 사이로 서광이 꿈틀거리고
이슬 맺힌 풀길 사이를 홀로 헤쳐 걸을 때면
외로운 당신의 발걸음엔
어느새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당신과 함께 동행하는구려!

어머니!
한낮의 뙤약볕을 마주하며
흐르는 땀방울을 훔칠 겨를도 없이
삽질에 어깨가 부으시고
호미질에 살갗이 갈기갈기 찢겨도
당신은
한마디 비병도 못 한 채
태양처럼 뜨거운 열정을
땅속 깊이 아로새겨 놓는구려!

어머니!
때로는 혀끝이 말라오면 침 한 번 꿀꺽 삼키시고
허기진 배를 껴안고 한숨으로 잊어버리시는
당신의 비장함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산새들조차
열변을 토하듯 울부짖는구려!

어머니!
힘들어 지쳐 땅 위에 주저않고 싶어도
가시방석인지라 애써 참으시고
마파람에 흙먼지 날리어
당신의 눈 속에 스며들면 이내 눈물이 되어
한없이 땅 위를 적셔주니
지나가는 바람도
당신의 고통을 슬퍼하는구려!

어머니!
해 질 무렵이야 흙먼지를 털고 일어서는
당신의 옷자락은
땀으로 얼룩지고 흙으로 바랬어도
집으로 향하시는 당신의 발걸음은
가뿐하기만 하는구려!

어머니!
오늘도 피로에 지친 당신은
어깨가 쑤시고 팔목이 저려와도
홀로 아픔 달래시어
긴긴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는구려!

어머니!
사랑하는 내 어머니!
오늘만은 찬바람도 당신 곁을 비켜갈지니
모처럼 편안한 깊은 잠에 드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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