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서울 동작구에 하루 380mm의 비가 쏟아졌다. 특히 밤 9시를 전후로 해서 전체의 40% 가까이 집중되었는데, 좀 더 세분하면 저녁 8시 45분부터 9시까지 단 15분 사이에 40mm가 넘는 비가 일시에 쏟아졌다. 이를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160mm로 일반적인 폭우의 기준인 시간당 30mm의 5배가 넘는 115년 만의 폭우로서, 가히 물 폭탄 수준의 천재지변이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삼성화재에 접수된 차량 만도 3000대이고 이 중 외제차가 1100대, 예상 보험금은 500억원에 달한다고 하며 수도권 전체로는 침수 차량이 1만2000여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어디 차량뿐일까? 지하주차장 건축물 자체의 피해와 아울러 주로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전기설비, 기계설비, 승강기 등의 피해, 나아가 이들 공용부의 손실로 인한 전유부의 피해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이런 재난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주거시설 특히 공동주택의 대형화, 고급화로 그 피해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인데, 문제는 ‘과연 누가 이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가’ 이다. 다행히 자동차보험에 자차보험이 있듯이, 화재보험에 풍수재특약이 있고, 공용부의 문제로 인한 전유부의 피해를 보상하는 영업배상책임보험이 있다. 대부분의 집합건물과 공동주택은 원천적으로 공용부에 대한 관리책임이 있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이름으로 이들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 문제는 종종 위탁관리회사가 피보험자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자칫 관리회사나 관리소장에 대한 구상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선관주의의무만 잘 지켰다면 문제없다고들 하지만, 이는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가 없으면 문제가 없는 것과는 천양지차로 다른 것이다.

자차보험의 경우, 침수피해 보상 시 창문을 열어두었다는 등의 중대한 과실이나 의도적으로 물웅덩이로 차를 운행하는 등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가입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반면에 위탁관리회사의 선관주의의무를 들자면, 비상방송은 제대로 했는가, 지상주차유도를 적기에 했는가, 차수판 설치를 제대로 하였는가, 승강기의 운영은 적기에 제한 하였는가, 기타 각 종 시설들에 대한 긴급 조치를 취하였는가 등 수많은 사항들이 해당된다. 하나하나는 당연해 보이지만, 서두에서 보았듯 이번 사태는 정상적인 근무시간이 아닌, 저녁 9시경부터 불과 한 두시간 내에 벌어졌기 때문에 외부에서 지원도 어려운 상황에서 소수의 비상인원이 혹시나 있을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절박한 상황, 즉 천재지변에 따른 긴급재난 상황이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을 기준으로 하는 선관주의의무를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공동주택의 화재보험과 영업배상책임보험의 피보험자에 위탁관리회사가 당연히, 의무적으로 포함되도록 제도화되어야 하겠지만, 아무리 구상권이 보험회사의 권리라고 하여도 피보험자가 아니라고 해서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 이상의 책임, 즉 선관주의의무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면 십시일반으로 불의의 피해를 대비한다는 보험의 취지는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더불어, 곳곳에서 일어난 하천범람으로 피해가 컸다고 하는데 이 경우 정부의 책임은 어디까지이고, 민간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또 재난피해신고접수와 재난보상금 지급에서 공동주택은 종종 제외된다고 하는데 재난정책에서 공동주택의 위치는 어디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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