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4일 새벽 1시경 영국 런던 서부에 있는 24층짜리 120세대 아파트 그렌펠 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이 전소되고 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아파트 전체가 불길에 싸여있는 화재 현장의 장면을 뉴스를 통해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 화재가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된 이유는 24층의 고층 건물이 한 집에서 난 불길만으로 단 15분만에 건물 전체로 번져 불타올라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아파트가 대단히 많은 나라이지만 2015년 1월 10일 오전 9시경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10층 90세대 규모의 대봉그린아파트 화재로 인해 4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이 가장 큰 사고로 기억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78.3%에 이르고, 아파트만 떼어 놓고 보더라도 3분의 2에 육박하는 63.5%로 1195만호에 이르면서도 그간 대형 참사가 없었던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뛰어나서일까? 그보다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아파트의 구조적인 특성이 그간 종종 있어왔던 세대내 화재가 건물 전체로 확대되는 대형 참사를 막아주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비록 성냥갑 같고 획일화된 외관으로 인해서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거나, 벽이 구조체이어서 가변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종종 비판을 받아 오기는 했지만, 건물의 내, 외벽이 모두 화재에 가장 강력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특정 세대 내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벽이나 내장재를 통해서 인접 세대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2015년에 사고가 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도 엄밀히 말하면 그러한 벽 구조식 아파트가 아닌 벽이 내연 자재와 가연성 마감재로 지어진 ‘도시형생활주택’이다. 그렇다 보니 1층 불길이 계단실과 피트, 그리고 외벽을 타고 옥상까지 번지면서 인명사고를 키운 것이다.

최근 아파트에서 일어난 재해를 살펴보면 특징이 있는데 지하주차장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8월 11일, 천안의 한 대형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세차업자의 부주의로 차량에서 난 불이 입주민 차량 600여대를 태우고 100억원이 넘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힌 사고나, 지난 8일의 기록적인 폭우로 성남의 어느 주거용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이 완전 침수되어 차량 275대 등 2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것이 그 예다.

아파트에서 주차장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1기 신도시부터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파트주차장이 대형화 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 주상복합건물이 생기고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인데 대규모 밀폐된 지하공간이 제대로 구획되어 있지 않아 만의 하나 화재나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 전체로 쉽게 확산되는 위험성을 갖고 있어,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서 설계나 시공단계에서 보다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연구하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입주민이나 시설관리자들도 과거 지하주차장이 없고, 콘크리트 벽으로 지어진 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무디어진 재해에 대한 안전의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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