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구로금천지사 문정민 과장

지난 5월 19일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됐다.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로 청렴한 직무수행에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 문서를 읽으면서 며칠 전 충남 아산에 있는 맹사성 고택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맹사성은 평소 소탈한 성품으로 조선시대 청백리의 상징이다. 조선시대에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청백리 제도를 뒀다. 청백리는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청렴한 관리다.

맹사성 고택은 우리나라 민간 가옥 가운데 가장 오래된 집이다. 고려 말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고택 뒤로는 긴 돌담이 둘러싸고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고택 옆에 있는 맹사성 기념관은 그의 일대기와 여러 일화가 소개돼 있다. 그는 정승이었지만 백성들과 사귐에 격이 없었다는 일화가 눈에 띄었다.

맹사성은 낚시터에서 같은 또래 낚시꾼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인 전첨지였다. 맹사성은 자신을 맹첨지로 낮춰 소개하고 그와 친구가 됐다. 첨지는 당시 평범한 노인을 부르는 호칭이었다. 그 후 그들은 낚시터에서 자주 만나 우정을 나눴다.

어느 날, 맹사성은 전첨지에게 보리개떡을 내밀며 생일 초대를 했다. 초대받은 전첨지는 고심하던 차에 평소 맹첨지가 좋아하던 보리개떡을 가지고 맹사성의 집을 찾았다. 생일선물을 들고 맹첨지 집에 도착하니 맹첨지는 버선발로 나와 맞아주며, 그를 자신의 집에 와 있던 고관들에게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제야 전첨지는 맹첨지가 맹정승임을 알았다. 놀란 전첨지는 맹사성에게 자신의 무례함에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맹사성은 정승은 그저 직업일 뿐,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하며 그를 반겼다. 그 후에도 오랫동안 전첨지와 낚시동무로 지냈다.

부패는 자신의 직위를 남용할 때 발생한다. 공직자에게 청렴은 기본이지만, 모범이 돼야 할 상위직에서 더욱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맹사성처럼 높은 위치에 있는 자가 본인을 겸허히 낮췄을 때 사적 이익 추구는 사전에 차단될 것이다. 청렴은 정부의 정책이 아니더라도 공직자가 지켜야 할 필수 덕목이다. 이를 위해 모든 공공기관은 사적 이해관계와 결부된 부패 방지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공단 역시 마찬가지다. 이해충돌방지법 관련 교육을 하고 있으며, 법 시행 전부터 부패 방지를 위해 익명 신고시스템인 ‘헬프라인’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헬프라인으로 신고한 신고자를 보호하고 부패자는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또한 청렴문화를 습관화할 수 있도록 청렴실천반, 청렴의 달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렴실적을 마일리지로 관리해 실적 높은 직원을 포상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맹사성의 청백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청렴은 자신을 낮추는 데서 오지 않을까. 지위를 과시하지 않고, 스스로 낮추며 소탈하게 지내면 청렴한 생활이 되지 않을까. 복잡한 요즘 세상에 검소하고 소탈한 맹사성의 청백리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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