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낙찰자와 사이에 예약의 계약관계 성립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법원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공사 계약 불이행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공사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방 윤경아 부장판사)는 공사업체 A사가 서울 용산구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피고 B아파트 입대의는 원고 A사에 2893만6490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B아파트 입대의는 2019년 9월 10일 아파트 균열보수 재도장 및 옥상방수 공사 입찰을 공고했는데, 해당 입찰에 A사를 포함해 8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최저가로 응찰한 A사가 공사업체로 선정됐다.

이에 A사는 2019년 9월 30일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해 입대의와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의 본계약 내용을 협의했다. 이어 그해 10월 1일 A사는 입대의에 위 협의사항을 반여한 계약서 초안을 작성해 이메일로 송부했고, 몇 가지 사항의 수정을 요구받아 다음날 수정된 계약서를 다시 입대의에 송부했다.

그러나 입대의는 A사와의 본계약 체결을 연기했고 이에 A사가 같은 해 11월 4일 입대의에 ‘공사낙찰에 따른 도급계약 체결 및 이행을 촉구한다’는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했으나 새로운 입찰 공고를 내고 다른 회사와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재판부는 “입찰을 거쳐 원고를 낙찰자로 결정한 피고와 낙찰자인 원고 사이에는 해당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의 본계약 체결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했다”며 “피고는 원고에 대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의 본계약을 체결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새로운 입찰을 공고함으로써 원고와의 본계약 체결을 거절한 바, 피고는 낙찰자인 원고에게 예약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의 본계약 체결 거절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계약 체결 시 얻을 수 있었던
이윤 등 상당의 손해 인정

입대의는 “입찰과정에서 A사를 비롯한 입찰참가업체가 상호 담합해 A사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허위내용의 입찰서를 작성했으므로 해당 입찰은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가 B아파트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 제출한 견적서에는 총공사비가 11억8900만원, 그중 일반관리비 및 이윤이 2893만6490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낙찰자인 원고에 대해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함으로써 원고는 본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이윤 등 2893만6490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의 체결 거절로 인한 통상손해로서 위 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손해배상의 범위가 신뢰이익의 손해에 한정돼야 한다는 입대의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입대의는 “A사와의 본계약 체결 거절은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기 전 교섭단계에서 중도파기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손해의 범위는 계약체결을 전제로 한 이행이익의 배상이 아닌 계약의 성립을 신뢰하고 지출한 비용인 신뢰이익의 배상에 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예약이 체결됐으므로 피고는 낙찰자인 원고와 본계약을 체결해야 할 의무가 발생했다”며 “그럼에도 새로운 입찰을 공고하고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피고의 본계약 체결의무는 이행불능의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경우 본계약 체결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본계약이 체결됐을 경우에 취득하게 될 계약상의 이행청구권과 실질적이고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형성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손해배상의 범위는 본계약인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고 이행됐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에까지 미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입대의가 “A사의 손해액은 A사가 지출을 면하게 된 직·간접적인 비용을 공제하고 공평·타당한 손해 분담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으로 감액돼야 한다”고 한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입찰에 참가한 공사업체들 중 공사비용 최저가인 11억8900만원을 제시한 A사를 시공자로 낙찰결정한 점 ▲A사는 위 총공사비를 기준으로 이윤율을 약 2.4%로 계상했는데, 그것이 통상의 경우에 비해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입대의가 제출한 계약서 및 견적서에 의하더라도 해당 공사에 따른 이윤율이 4%를 초과해 A사가 책정한 이윤율을 넘어서는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제1심 판결과 지연손해금에 대한 판단만 달리 했다. A사는 입대의가 새로운 입찰을 공고함으로써 본계약 체결의무의 불이행을 객관적으로 표시한 2020년 2월 19일부터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구했으나, 재판부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채무자가 그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이행지체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며 “원고가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이전에 피고에게 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없는 이상, 이를 초과하는 지연손해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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