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분리 보조금 지원 등
기축 아파트 대상 예산 늘려야

[아파트관리신문=조혜정 기자] 지난해 11월 해외의 한 해킹사이트에 우리나라 아파트 내부가 찍힌 영상과 사진이 유출됐다. 당시 공개된 영상은 아파트 거실 월패드 카메라에서 찍힌 구도였고 경찰청은 수사 결과 주요 해킹 경로를 각 가정에 설치된 월패드와 아파트 네트워크실(단지서버)로 봤다. 

우리나라 아파트 중 월패드가 설치된 신축 아파트 중 300여곳이 해킹당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에 정부는 월패드 비밀번호 바꾸기, 주기적 보안 업데이트, 카메라 기능 미이용 시 렌즈 가리기 등을 각 가정에 권고했다. 

월패드가 설치된 대부분의 아파트는 단지서버 하나에 모든 세대가 붙어있는 구조로 돼 있다. 원칙적으로 단지서버는 외부에서 허용되지 않은 사용자가 침입할 수 없도록 방화벽이 설치돼 있지만 이 방화벽이 뚫리거나 하나의 세대가 해킹될 경우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세대로 해킹이 확산될 수 있는 구조다. 

출입문, 난방, 엘리베이터 호출, 세대 조명 등을 제어하며 입주민의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월패드는 시스템 특성상 정보가 한 번 유출되기 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아파트 월패드 망분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의 설치 및 기술기준’ 개정을 통해 올해 7월부터 새로 짓는 아파트에서 세대 간 인터넷망 분리를 의무화했으며 전문가들도 지금으로선 세대 간 망분리가 최선의 선택이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망분리란 세대별로 네트워크를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500세대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500개의 망을 물리적으로 만드는 것인데 이 방식은 구축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남우기 기술법인 정인 대표는 현실적인 망분리 방안으로 VPN을 통해 각 세대별 터널을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VPN은 서버와 각 세대간 인터넷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물리적으로 일일이 전선을 연결하지 않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터널을 통해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홈네트워크도 VPN을 설정해 단지서버와 각 세대 간 터널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개정된 기술기준에 따라 올해 7월 1일부터 건축심의를 받은 신축 건물에 대해선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시 본 기술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전에 건축심의를 받은 단지를 비롯해 기존 건물은 망분리 의무화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남우기 대표는 7월 1일 이전에 건축심의를 넘긴 아파트에 대해 “지금이라도 설계 변경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지금 짓고 있는 아파트도 최소 3년 후면 입주할텐데 그때 돼서 망분리 없이 홈네트워크를 설치하는 것은 일종의 하자가 될 것”이라며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입주민의 불편함과 하자 소송 등으로 금전적 손실이 있을 바에야 지금이라도 설계 변경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단지 중 하자 보증 기간 내에 있는 아파트에도 하자 판정을 통해 망분리 협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입주민들과 관리주체에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우기 대표는 하자 보증 기간이 끝난 아파트와 입주한 지 7~8년 정도 지나 교체 주기가 다가오는 아파트가 사실상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남 대표는 우선 교체 주기가 도래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망분리를 의무화하는 기술기준을 명시할 것을 지적하며, 각 지자체별로 시행하는 ‘공동주택 지원사업’ 대상에 망분리 보조금 항목을 넣는 등 국가가 예산 편성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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