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강화·지급명령제 활용 등 적극대응 필요”

우리 나라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며, 그 비율도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아파트에서 다양한 분쟁들이 발생,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중 체납관리비 문제는 아파트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질적인 분쟁중의 하나이다.
특히 일부 아파트의 경우 3개월 이상의 관리비 장기연체 세대가 전체 세대의 5%를 넘는 경우도 있고, 10여세대 이상이 관리비를 장기 연체한 아파트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실정이다. 이들 아파트 가운데 체납관리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아파트 체납관리비 문제와 관련돼 발생하는 분쟁과 판결례를 살펴보고 이와 유사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알아보기로 한다.

▶ 공용부분 납부의무
최근 들어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체납관리비 문제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분쟁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체납관리비 문제와 관련해 경락자 등의 체납관리비 승계 여부를 놓고 그동안 논란이 지속돼 하급심에서도 판결이 계속 엇갈렸다. 이에 대법원은 경락자 등 특별승계인은 전 소유자가 체납한 관리비 가운데 공용부분에 대해서만 납부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려 엇갈린 하급심 판결을 통일시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01년 9월 경락자 박모 씨가 K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으로 돌려보냈다.<사건번호 2001다8677>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물의 공용부분은 공유자의 승계인에게도 채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특별 규정을 두고 있는 만큼 원고는 이를 납부해야 한다.”며 “원고가 경매 과정에서 전 소유자의 관리비 체납여부를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던 만큼 경락대금을 지불한 뒤에는 체납액이 있더라도 공용부분에 대해서는 납부의무가 있다.”고 밝혔다.<판결문 전문 : 홈페이지(www.aptn.co.kr) 자료실 참조>
이같은 대법원의 판결 이후 법원은 경락자에게 공용부분에 대해 납부의무가 있다는 판결이나 조정 결정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불법·관리부실 등 이유

▶ 관리비 납부거절 안돼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불법 및 관리부실 등을 이유로 관리비 납부를 거부함에 따라 법정까지 가는 사례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입주민은 관리비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며 재판부는 입주민들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서울지법은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D아파트 대표회의가 전 입주민 강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관리비 청구소송 항소심(사건번호 2003나4173)에서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
강모 씨는 관리주체가 관리를 부실하게 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므로 관리비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피고 주장은 관리비 납부를 거절할 법률상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한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관리주체가 입주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등 불법·부실관리를 이유로 관리비를 체납한 노원구 S아파트 입주민 안모 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사건번호 2002다38255>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수원지법은 “대표회의가 불법행위를 자행하며 자치관리를 고집해 손해를 입었다.”며 관리비 납부를 거부한 광명시 H아파트 김모 씨와 대표회의간의 소송에서도 김모 씨의 주장에 이유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사건번호 2001나13072>

▶ 징수행위는 관리업무 일환
체납관리비 징수행위는 아파트를 관리하기 위한 업무수행의 일환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D아파트를 경락 받은 김모 씨가 지난해 3월 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서울지법은 “체납관리비 징수행위는 대표회의가 아파트를 관리하기 위한 업무수행의 일환으로 한 것”이라며 “피고들이 체납관리비 징수주체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사건번호 2001나44733>
또한 지난 9월 서울지법은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락자로부터 수령해 보유한 체납관리비는 부당이득금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사건번호 2003나15500>
하지만 서울지법 동부지원은 강동구 S아파트 관리소장 천모 씨가 자신의 명의로 입주민을 상대로 제기한 아파트 중간관리비 청구소송에 대해서는 “관리소장인 원고가 자신의 명의로 피고에게 관리비를 청구할 수 없다.”며 기각 판결(사건번호 2001가소151293)을 내린 바 있다.
이밖에 아파트 세입자가 관리비를 체납하고 이사해 소유자와 대표회의간에 발생한 분쟁과 관련해 대법원은 체납관리비는 소유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심을 확정, 상고 기각 판결(사건번호 98다52001)을 내리기도 했다.

▶ 단전 조치 ‘유죄’
관리비 체납 세대에 대한 단전·단수 가능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지법은 지난 2001년 12월 관리비 장기 연체를 이유로 아파트 세대에 단전조치를 한 대표회장과 관리소장에게 전기사업법 위반 등을 적용해 벌금 2백만원, 1백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관리소장은 이에 불복,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원심을 인정, 유죄를 확정했다.<사건번호 2001도6883>
따라서 관리주체나 대표회의는 관리비 체납 세대에 대해 단전 조치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이에 대해 관리소장과 대표회장들은 “관리비 체납 세대에 대한 단전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관리비를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느냐”며 “전체 세대가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아파트 관리소에도 한전처럼 단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목소리가 높아지자 건교부는 주택법 시행령안에 관리주체는 단전·단수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으나 법제처 심사과정에서 삭제돼 현재로써는 관리비 장기체납자에 대한 단전·단수 등의 조치가 어려워진 실정이다.

▶ 적극적 대응 필요
관리비 체납문제는 전체 세대가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관리책임자는 관리비 징수가 관리업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경기도 안양시 S아파트 김모 관리소장은 “체납관리비 문제는 경기침체에 따른 원인도 있지만 관리주체의 적극적인 대응책 부재도 문제”라며 “평상시 게시판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2개월 이상 체납세대의 경우에는 특별관리에 들어가 3개월 이상의 체납세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며, 내용증명 발송 등 관리비 납부 독촉 등을 통해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의 체납세대가 나올 경우 본안 소송에 비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지급명령제도(민사독촉절차)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법률전문가들은 “지급명령제도는 본안 소송 비용의 10분의 1 정도로 수수료가 저렴하면서도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고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돼 체납관리비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임금채권이나 조세채권과 같이 체납관리비에 우선변제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관련 전문가들은 “관리비는 공익차원에서 입주민들을 위한 것으로 우선변제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건교부는 체납관리비에 대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도록 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납관리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실정을 고려해 지급명령제도를 이용하는 등 합리적인 대책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법·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이 요구된다.

<황태준 기자> nicetj@ap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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