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구조변경 문제 해결방안 모색해야"

[지자체 집중단속…형평·실효성 의문제기 “관리주체의 권한 강화해 사전예방해야"]

건설교통부가 지난 7월 발코니 불법개조 등 공동주택 불법 구조변경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를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래 각 지자체에서 아파트 불법 구조변경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며 상당수 아파트 입주민들이 시정명령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지난 80년대부터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불법적인 구조변경 사례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판단되고 있다.
아파트 구조변경의 대표적 유형인 베란다 확장은 건축물의 구조안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화재발생시 더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적발·처벌 잇따라
최근 충남 천안시는 준공검사를 마치고 입주가 한창인 두정동 S아파트를 대상으로 불법 구조변경 여부에 대한 단속을 벌인 결과 총 3백60세대 중 1백4세대가 베란다 확장 등 불법으로 구조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동작구도 준공검사가 끝나기도 전에 일부 세대에서 불법으로 베란다를 개조(7백34세대 중 3백71세대)한 신대방동 L아파트에 대해 준공승인을 내주지 않은 채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밖에도 대구, 울산, 원주, 부천, 전주 지역 신규 아파트의 상당수 입주민들이 단속에 적발되는 등 전국의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불법 구조변경에 대한 시정명령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건설교통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올 6월까지 적발된 전국 공동주택 불법 구조변경 적발건수는 모두 2천4백12건에 이른다.
유형으로는 발코니 변경이 2천2백2건, 비내력벽 훼손 83건이었으며 아파트 구조물 안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법으로 허가 자체가 금지돼 있는 내력벽의 철거·훼손 적발건수도 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집중단속 이전에 입주를 마친 아파트 중 허가 없이 구조를 변경한 아파트 세대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여 실질적인 불법 구조변경 사례는 건교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통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아파트 안전·환경에 악영향
최근 단속에 적발되고 있는 구조변경의 대표적인 유형은 베란다의 확장이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콘크리트로 베란다 부분을 높이고 난방 코일을 깔아 거실과 방의 구분을 없애는 것으로, 특히 베란다 확장시 ‘날개벽’이라 불리는 베란다와 거실·방을 구획하는 비내력벽을 철거하는 행위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아파트의 불법 구조변경에 대해 정부는 구조물 안전에 문제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이고 있다.
건설교통부 건축과 이용락 과장은 “아파트 건설시 베란다 확장에 따른 구조안전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베란다에 콘크리트 등의 중량재를 깔면 구조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화재 발생시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입주 진행시 구조변경 공사로 인해 배출되는 건설 폐기물 또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M아파트 박모 관리소장은 “아파트 입주시 구조변경 공사로 배출되는 콘크리트 덩어리 등 각종 건설 폐기물 처리 문제는 물론 소음과 분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 신규 아파트 관리주체의 상당수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시·도지사 허가 받아야
관계 법령은 허가권자의 허가가 있어야 공동주택 구조변경이 허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공동주택 및 부대시설과 복리시설의 소유자·입주자·사용자 및 관리주체는 공동주택 등의 개·증축과 파·훼손, 철거행위 등에 대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절차 등에 따라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한 경우에만 실시할 수 있다. 또한 불법 구조변경의 대표적인 사례인 비내력벽 훼손·철거에 대해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는 경우로 당해 동의 입주자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허가가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만일 시·도지사 등 허가권자의 허가 없이 구조변경이 이뤄질 경우 관계법령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혹은 1년 이하의 징역)과 원상회복까지 매년 2회에 걸쳐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 단속, 형평·실효성 없어
이러한 관계 법령에 의거 불법 행위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 하에 정부와 지자체가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형평성과 실효성 등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입주중 불법 구조변경으로 인해 관할 관청으로부터 원상회복 명령을 받은 부천시 상동 A아파트 입주민 김모 씨는 “전국 아파트를 상대로 단속을 벌일 경우 적발 세대는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며 “특히 이미 구조변경을 불법적으로 끝낸 기존 아파트들을 제외하고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단속을 펼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련 법령을 잘 모르는 입주민을 상대로 인테리어 업자들이 공공연하게 베란다 확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원상회복 명령을 받은 부천시 범박동 H아파트 입주민 정모 씨는 “인테리어 업체측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 베란다 확장공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존 단지를 포함해 불법 구조변경 단속을 벌이고 있는 공무원들은 입주민들이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는 등 비협조적이어서 신규 단지 외에는 사실상 단속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동작구청 주택과 최도철 주임은 “시·구청 공무원들이 지속적으로 아파트 입주 현장에 나가 단속을 펼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입주민들도 협조를 해 주지 않는다.”며 “정부의 일관된 원칙과 경·검찰력의 동원이 함께 이뤄져야 불법 구조변경 단속의 실효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 근본적 해결방안 모색해야
이러한 공동주택 불법 구조변경 문제에 대해 단속에 앞서 근본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 주택단지연구부 박준영 책임연구원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불법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사실상 지금까지 방치해 온 불법 구조변경에 대해 지금에 와서 입주민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근본적인 해결방안 없이는 앞으로도 불법 구조변경 행위는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70∼80년대 건설된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 확장이 구조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나 일부에서 최근 건설된 아파트의 경우 안전상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또한 서민들이 거주하는 소형 평형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 활용이 부유층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에 따라 향후 건설되는 아파트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단속은 실시하되 기존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 확장 등에 의해 구조물 안전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평수에 한해 베란다 확장을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 관리주체의 권한을 크게 강화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구조변경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S아파트 김모 관리소장은 “시공사와 인테리어 업자간의 밀약과 입주민들의 안전불감증 등이 이와 같은 사태를 빚고 있으며 앞으로 건설될 많은 신규 아파트를 대상으로 담당 공무원이 각 세대를 일일이 방문해 문제가 없을 경우 준공승인을 내주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관리주체의 권한을 강화해 입주민들에게 불법적인 공사를 부추기는 사태를 예방하고 입주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소장은 “입주민이 관리주체에 구조변경에 관해 승인을 요청하면 관리주체가 타당성을 검토한 뒤 관할관청에 신고토록 하고 시공사측에서 직접 세대 내의 구조변경 공사를 실시토록 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준 기자> june@ap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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