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衣), 식(食), 주(住)는 인간 생활의 3대 요소라 한다. 그 가운데서 입고, 먹는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크게 문제가 되고 있지 않으나 주택 문제는 역대 모든 정권이 가장 비중을 두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특히 많은 국민이 한정된 국토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아파트로 대변되는 공동주택이 그 공급의 중심에 서 있는 것과 주택이 개인 자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어 지속적으로 재개발, 재건축이 이루어 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국민 주거안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오르는 집 값을 잡지 못해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는데 일조를 하였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그러는 사이에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공급된 우리나라 공동주택은 1980년에는 전체 주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4분의 3을 넘는 77.8%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였고 이제는 공급도 중요하지만 공급된 재고주택(在庫住宅)의 유지·관리에 대한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공급된 공동주택의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거 문제 관련 세미나나 토론회에서 주택은 더 이상 사는(buy)게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하고 있고, 주택 관리에 관련된 법률 이름도 주택건설촉진법(1972년)에서 주택관리에 대한 밸런스를 잡는 차원에서 주택법(2003년)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공동주택관리법(2016년)으로 변화되어 온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하고 있는 결과로 보여진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어떠한가? 법의 이름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바뀌어 왔지만 그 법에 의해 주택의 관리문제를 담당하는 정부의 부서의 이름은 여전히 주택건설촉진법 시절에 만들어진 ‘주택건설공급과’라는 점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주택의 공급문제가 정권이 바뀌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정도로 이슈가 되는 마당에 주택건설공급과장이 얼마나 주택관리문제에 관심을 쏟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무관 이하의 실무자들도 잦은 부서 이동으로 전문성을 갖추기 힘든 것을 고려하면, 공동주택의 관리를 담당하는 공동주택관리청을 만들자는 일각의 주장은 너무 나간 것이라 하더라도, 정부의 관련 분야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전담부서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특히 공동주택의 관리문제는 단순한 시설관리만의 문제가 아닌데 그 이유는, 분양된 아파트는 소유권이 구분소유자들에게 있어 의사 합의가 쉽지 않고 그 과정이 복잡해서 자주 분쟁으로 이어져 공동주택관리법뿐만 아니라 관련된 민법과 집합건물의 소유 및 유지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한 종합적인 법 지식이 요구된다는 점과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비교적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는 종사자들의 고용과 복지 문제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나아가, 공동주택이 대규모 단지형 아파트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주택 특성은 인구의 고령화, 핵가족화에 따른 독거노인의 증가 등 사회복지 문제의 대응에 있어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주택관리와 연계되면 매우 효율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보여지며, 정보화 시대의 첨단 IT 기술과 연계되면 공용 부분의 단순 시설관리를 넘어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생활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분야인 만큼, 공동주택관리도 이제는 하나의 중요한 별개의 산업분야라는 차원에서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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