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점검·유지관리 철저히 해야

“설비별 위험성 및 작동원리 파악해 시험운전하고 지구경종 등 자동 소방시설은 반드시 ‘ON’으로”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전국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를 집계한 결과 총 1천5백26건의 화재사고로 33명이 죽고 1백41명이 부상당했다.
이달 2일 울산 남구 D아파트에서 입주민의 방화에 의해 대형화재가 발생, 3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는 등 큰 피해가 났고, 지난 6월에도 송파구 H아파트에서 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연기에 질식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등 아파트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인명사고를 불러일으킨 것은 소방차의 진입이 지연됐거나, 피난구를 확보하지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으나 무엇보다 화재발생시 초기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소방설비는 다른 설비와 달리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설비가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 이상유무를 점검하지 않으면 화재발생시 이러한 대형 사고로 번질 위험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아파트는 화재발생시 초기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설비가 단지 내에 비치돼 있기 때문에 관리자와 입주민들이 평소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충분히 인명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화재의 예방과 초기진화를 위해 관리자가 알아야 할 주요사항들을 검토해 봤다.

◈ 소화설비 점검
지난해 김포, 전북 등 소방본부에서 관내 공동주택에 대한 특별소방점검을 실시한 결과 소화기 미비치를 비롯해 소화용수와 피난설비 미설치, 자동화재탐지설비 동작시험 불량, 도통시험 불량, 전기시설 노후, 위험물 보관, 방화관리자 미선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지난해 행자부가 아파트와 주택 등에 거주하는 주민 1만1천7백26명을 상대로 소화기 사용법 인지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6%가 ‘모른다’고 답해 화재시 초기진화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는 설비는 소화기 가운데서도 바로 분말소화기(95% 이상)다. 소화기의 설치 목적은 화재의 초기진화에 있으므로 관리자 및 사용자는 화재시 성능에 지장이 없도록 평소에 소화약제 및 소화기 본체를 정비하고 사용법을 숙지해야 한다.
소화기 외에도 초기진화를 위해 아파트의 복도나 계단 등에 설치된 옥내소화전의 경우는 단지 내의 수원(고가수조, 저수조)과 가압송수장치, 배관, 옥내소화전함(호스, 노즐)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각 설비들의 위험성과 작동원리를 충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16층 이상 고층 아파트의 경우에는 세대 내부에 가장 이상적인 소화설비로 불리는 스프링클러(습식)가 설치돼 있고 화재시 열에 의해 헤드가 용융됨과 동시에 소화수가 방출돼 가압송수장치가 작동된다.
동파 방지가 필요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준비작동식(preaction)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데, 화재발생시 헤드가 용융되기 전에 화재감지기가 동작해 밸브가 개방되고 열이 지속되면 헤드개방과 동시에 소화수가 방출돼 초기진화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설물의 육안점검만 실시하고 작동시켜 보지 않으면 실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화요진아파트 임중호 관리소장(건축기계설비 기술사, 공조냉동기계기술사)은 "지하주차장의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의 경우 소방펌프와 배관 내의 압력은 충분한가, 누수가 되고 있지는 않는가, 침수위험은 없는가 등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시험 가동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물탱크의 역지밸브(체크밸브: 유체의 흐름을 한쪽 방향으로 흐르게 하고 반대 방향으로는 흐르지 못하게 함)에 이물질이 쌓여 오동작이 발생하기 때문에 많은 아파트에서 설비를 자동으로 설정해 놓지 못하고 있다."며 "소화전 및 스프링클러의 자동제어가 정상적으로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역지밸브 가운데 누설이 적고 수격작용을 방지하는 스모렌스키 밸브를 사용하고 수시로 파손여부를 파악해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방시설물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서는 일부 보수를 요하는 경우 비용 발생을 우려해 보수를 지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 화재탐지설비 점검
아파트 소방설비 가운데 전기설비에 속하는 화재탐지설비는 소방관서의 아파트 점검시 가장 많은 지적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원주소방서가 관내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방시설 점검 결과 상당수의 아파트에서 화재시 입주민들을 신속히 대피하도록 경보를 울리는 지구경종과 주경종을 꺼놓는 등 자동화재탐지설비 동작시험이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는 “화재감지기가 연기나 열을 감지해 수신기의 지구경종과 주경종을 울리게 돼 있으나 오동작으로 인한 입주민 민원을 감당할 수가 없어 둘 다 꺼놓는 아파트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건축사사무소 ‘산’에 따르면 화재경보설비의 오동작 발생원인은 관리자가 제조사별로 다른 수신기상의 문제점을 다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감지기가 단락, 지락 등 회로의 합선을 화재경보로 표시하거나 먼지 등 이물질을 화재로 오인해 경보를 울리는 등 수 가지에 달한다. 어린이들의 장난으로 인한 경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관리자가 매일 수백, 수천세대를 방문해 감지기의 탈락이나 오염, 합선 등의 이상유무를 체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한 세대에 2, 3개 이상의 감지기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 문제 등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종합건축사사무소 ‘산’의 관계자는 “화재탐지설비에 대한 불신은 검증되지 않은 설비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며 “화재경보설비의 지구경종을 모두 켜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방계획 수립
아파트의 각종 소방설비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소방계획의 수립에 따른 자체점검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아파트 방화관리자가 소방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소방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소화기 충약을 하지 않아 화재진압을 지연시킨 D아파트 방화관리자(관리소장)에 대한 정직처분이 정당하다고 결정하는 등 관리책임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소방안전협회는 이에 따라 “방화관리자는 단지별 소방시설의 규모와 상태를 파악해 단지 실정에 맞는 소방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점검기구를 사용해 정해진 점검순서와 요령에 따라 소방시설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전기와 기계분야가 결합된 소방시설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방화관리자로 선임돼야 하며, 관리인원이 부족한 소규모 단지일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한 직무교육이나 보수교육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재가 초기 단계를 지나 대형 화재로 이어질 경우에는 단지 내의 연결송수관 설비를 통해 본격적으로 물을 공급받거나 소방차의 급수로 화재를 진압해야 한다. 이때부터 인명사고를 줄이기 위해 옥상출입문, 복도계단 등 피난로를 확보하고 소방차의 진입가능 여부를 살펴보기엔 너무 늦다.
이에 따라 일선 소방서에서는 ▲입주민 소방교육 및 훈련 ▲소방차 진입로 확보(주·정차단속) ▲피난구 및 통로 확보 ▲경비원 교육(수신기 감지 후 입주민 대피요령) ▲전기 및 가스시설 사용시 주의사항 홍보 등 관리주체의 철저한 화재예방 및 대처요령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총체적인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재난관리시스템기획단을 발족해 풍수해, 시설안전, 교통안전, 에너지안전, 소방안전, 정보통신 등 예방차원의 시스템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부는 소방안전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 능력과 소방력 확충을 통한 현장대응능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1천9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의 소방력이 투입되기 직전까지 발빠른 현장 대응을 통해 자체설비를 통한 진압과 입주민 구조작업에 나서 입주민들의 소중한 재산과 인명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yirum@ap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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