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주거용 집합건물에 적용되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거용 집합건물의 시설관리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해당되는 법률만 있을 뿐, 나머지는 개별 관리규약으로 자율적으로 해결을 하도록 하고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많은 우리나라에서 공동주택관리법까지는 그 취지와 효용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개인의 사유재산인 아파트 시설관리문제에 있어 너무 많은 부분에 법이 과도하게 깊숙이, 그리고 세세한 부분까지 개입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유재산의 관리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선호나 취향에 따라 좌우되며 그 취향은 다양할 수 밖에 없음에도, 정부가 법으로 단 하나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더구나 잘못된 것이 아니고 선호나 필요성에 따른 기준이 다를 뿐인데 법이나 정부의 일률적인 기준에 맞지 않다고 벌을 준다면, 다수의 입주민은 그것을 보고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인식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주민들이 선량한 입주자대표들이나 관리주체를 의심하게 만들어 법의 취지와는 달리 불신과 분쟁을 조장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아파트 관리문제에서 주민들이 서로 합의에 실패하면, 본인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은 주민이 악성 민원인이 되어서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는 지엽적인 법이나 선정지침 위반을 찾아내어 상대방을 ‘건건이’ 관할 행정기관에 고소고발을 일삼게 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부산시 남구청이 30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관리하는 회사를 상대로 5건의 각종 용역계약서를 미공개 했다는 사유로 건당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 5건을 일시에 사전통지 했다. 이를 포함하여 남구청은 이 관리회사가 관리를 한 2019년 2월 이후로 총 14건에 걸쳐 2700만원의 과태료를 관리주체인 위탁관리회사에 부과했는데 이 중 8건이 역시 동일한 유형인 각종 계약 미공개에 대한 것으로 공동주택관리법 제28조 위반을 사유로 하고 있다. 

관리회사의 입장을 들어보면 관련 계약서들은 모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인 K-apt와 단지의 홈페이지에 공개가 되어있으나 동별 게시판에 누락되었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동별 게시판에 수많은 용역 계약서를 모두 게시하는 사례는 협소한 게시판 사정 등으로 현실적으로 실천을 못하는 단지들이 많이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설사 법을 엄격히 적용했다 하더라도, 구청에서는 ‘다수의 위반행위 중 가장 중한 (1건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하라는 2016년 1월의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을 무시하고 과태료 처분을 남발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상대방을 골탕먹이려는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민원인이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정황상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2015년에는 수도권의 3000세대 규모의 단지에서도 국토교통부 고시인 사업자선정지침 위반으로 총 22건에 대해 무려 5400만원의 과태료가 일시에 부과된 사례가 있다. 이의제기를 통해 법원의 약식 결정으로 300만원의 처분으로 종결되었지만, 이러한 사례에서 겪는 당사자들의 고충과 그로 인해 주민들에게 쏟아야 할 노력들이 부당한 행정처분에 대항하는데 허비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되겠다. 공동주택관리법의 현실에 맞는 개정과 행정기관의 민간 아파트 관리문제에 대한 관여가 처벌 중심에서 지원과 예방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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