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기수선계획 수립 및 조정의 중요성

꼭 필요한 조정·공사임에도 막연한 불신·오해 많아
사업주체 계획 단계서 현실 맞지 않게 이뤄져
관리주체 조정 시 다양한 시설 전문지식 필요

아파트 관리비 납입영수증. <서지영 기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복합적인 공정과 승강기, 급수설비, 난방설비 등 다양한 시설이 결합된 공동주택에는 오랫동안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 및 관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기수선계획’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필요한 주요 시설의 교체 및 보수 등이 이뤄진다. 장기수선계획 의무 대상은 300세대 이상이거나 승강기, 공동난방시스템이 있는 공동주택 등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이들 단지에 대해 준공 시 시행사인 사업주체로 하여금 첫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있으며 이후로는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3년마다 검토 및 조정토록 하고 있다.

관리여건상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입주민들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3년이 지나기 전에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해 공사 등을 미리 진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계획에 따른 장기수선공사를 위해 입주민(소유자)들은 입주 때부터 장기수선충당금(이하 장충금)을 관리비와 함께 납부한다. 한편으로는 아파트 가치 상승을 위한 투자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장기수선계획과 장충금, 장기수선공사는 입주민들의 안전과 편안한 생활 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임에도 막상 관리주체가 공사를 추진하려 하거나 필요한 공사 비용에 비해 모아 놓은 장충금이 부족해 입주민들에게 인상안을 제시하면 이를 불신하고,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도 관리업체가 바뀌면서 이전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장기수선계획 조정과 주차장 정비 공사를 추진하려 하자 관리권을 두고 분쟁상태에 있던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회사가 장충금을 자의로 전용하고 있다는 악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해당 업체는 “법적으로 3년마다 실시해야 하는 장기수선계획 조정 시한이 지난 채로, 인수시점인 지난해 12월을 넘기면 미실시 공사들에 대해 과태료가 부과됨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후 소유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 수시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하주차장 공사의 경우 누수가 심한 곳이 많고 위치들이 분산돼 있어 부분보수 시 보수범위의 설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누수 부위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전면보수 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기수선계획에 대해서는 오해와 시시비비가 많다. 이에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장기수선계획 조정과 필요한 공사를 제때 진행하지 못해 결국 입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준공 시기부터 장충금을 적절히 적립해오지 않아 나중에 큰 공사가 필요해졌을 때 그 시기 아파트를 구입한 소유자들이 큰 폭으로 인상된 장충금 부담을 떠안게 되기도 한다.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는 공용배관 부식과 간헐적 누수로 몇 년 전 준공 24년 만에 배관교체 공사를 추진하게 됐다. 그런데 배관교체가 장기수선계획에 반영돼 있지 않아 전문업체에 계획 조정을 의뢰하고 그에 따라 세대별로 1만7000원부터 2만3000원까지 부과되고 있던 장충금을 공사 시기에 따라 3만9000원에서 7만7000원까지 인상하게 됐다.

배관교체는 고비용이 드는데, 이 아파트는 2017년 말까지 장충금 적립 예상액이 9억8000만원 정도였고, 2018~2019년도, 2020년도 장기수선 항목으로 사용될 예상비용은 각각 5000만원었다. 안양시에서 보조금(급수 배관만 해당) 2억원 정도가 지원된다 하더라도 배관교체 공사를 위해 아파트에서 추가로 적립해야 할 장충금은 2019년도 교체 시 13억8600만원, 2020년도 교체 시 14억3600만원이었다. 이를 이 아파트 800세대가 나눠 내야 하니 한시적 대폭 인상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공동주택 관리업계 관계자들은 아파트 준공 시부터 사업주체가 장기수선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나중에 관리주체들이 계획 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주체가 수립하는 장기수선계획이 공동주택의 현황을 반영하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수립되고 있으며, 현실과 맞지 않아 제대로 된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검사권자가 사업주체에 장기수선계획 보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 보완 요청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사업주체가 장기수선계획 수립 시 전문기관의 적정성 여부 확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관리주체 또한 장기수선계획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해 적절한 조정업무를 못할 때가 많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별표1에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기준이 있고 지자체의 가이드라인 등이 있지만 공종별로 단가와 수선주기, 수선율이 다르고 단지 내 많은 시설에 대해 상세히 알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한 장기수선계획 전문가는 “전기, 설비, 건축, 토목, 조경 등 모든 분야를 관리소장 한 명이 다 알고 수선계획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장기수선계획 조정을 위해서는 이러한 전문지식에 더해 도면을 보는 방법, 물량 산출, 단가개념 등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문가는 “적법한 수시조정을 위해 관리업체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를 보유해 조정업무를 지원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장기수선계획 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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