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입문서이자 널리 알려진 고전으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다. 책에는 사람들은 사랑을 누구나 자연스레 갖게 되는 감정의 문제라 생각하고 경험을 통해 성숙되어 간다고 생각하기에 공부하고 연구해야 되는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다른 학문이나 기술처럼 사랑에 대해서도 배우고 학습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공동주택관리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아파트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공동주택의 관리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상식적인 문제로 치부하지말고 정확한 지식을 갖추기 위해 배우거나 학습을 해야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소유권이나 사용권에 손상이 가거나 재산권에 크고 작은 손실이 발생하여도 모르고 지나가기 쉽고, 분쟁이라도 생길 시에는 난무하는 루머에 대해서 진실을 가늠하기가 쉽지가 않게 된다.

일본은 맨션이 세대 수 대비 12.8%에 불과하고, 일본의 사단법인 맨션관리업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위탁관리를 받는 맨션의 평균 세대 수는 5~60세대일 정도로 일본의 단위 공동주택규모는 작다. 실제 각 맨션에는 주요한 의사결정은 ‘집회실’에서 전체 주민들이 모여서 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관리규약조차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맨션도 있지만 분쟁은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관리업자를 위한 국가 자격인 ‘맨션관리업무주임자’(우리나라 주택관리사에 해당)와는 별개로 2001년부터 ‘맨션관리사’를 선발하여 컨설팅 등의 방법으로 맨션관리에 대해 일반주민들의 이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맨션학회 등에 가보면 어린이 교육에 만화나 게임 등의 방법으로 맨션관리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가르치는 사례를 접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공동주택이 전체 주거의 4분의 3을 차지하며 평균 세대 규모도 일본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공동주택관리법을 별도로 만들어 두어 공동주택관리 거버넌스에 상당히 깊이 법률로 관여를 하고 있지만, 정작 공동주택관리를 이해하려는 주민 스스로의 노력이나 이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의식은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그 결과, IT 시대에 발맞춰 관리의 많은 부분에 있어 정보공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일반 주민들에게 있어 공동주택관리는 알 듯 모르겠고, 쉬운 듯 어려운 분야로 남아있다. 정보와 데이터가 넘쳐나더라도 관련된 지식이 없으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진실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쉽게 의도된 선동이나 흑색선전에 휘둘려 판단력을 상실할 위험성이 크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분쟁이 진행중인 모양이다. 그런데 입주자대표회장이 관리비 110억원을 횡령했고 관리회사가 110억원의 장기수선충당금을 노렸다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입주자대표회장 측에서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기존 관리회사가 거짓 사실로 일부 주민들을 사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10억원은 작은돈이 아니다. 그렇다면 형사고소를 통해 밝히는 것이 우선일 것인데 만의 하나라도 사실이 아니라면 한 개인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같은 주민인 그 가족에 대한 정신적 테러이며 나아가 전체 주민에 대한 심각한 기만 행위일 것이다. 아직 관리를 시작하지 않은 관리회사가 장충금을 노렸다는 주장도 미래에 대한 예단일 뿐,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를 안다면 어떤 근거로 그렇게 주장하는지 궁금하다. 법과 관리규약이 있지만 내가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으면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것이 공동주택관리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