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김천지원 판결

동대표 해임투표, 코로나19 방역지침상 ‘사적모임’ 아냐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코로나19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이성균 부장판사)는 최근 경북 구미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 회장에서 각 해임된 B씨, C씨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동별 대표자 해임투표무효 확인소송에서 “피고가 실시한 원고들에 대한 각 동대표 해임투표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1년 1월 선거에서 B씨는 동대표 및 대표회의 감사로, C씨는 동대표 및 대표회장으로 선출됐다. 그해 5월 입주자 일부는 선거관리위원회에 ‘B, C씨가 관리비로 비용이 지출되는 종이 용지를 불법적으로 사용했고 관리소장 해임을 의결함으로써 관리규약 및 법령을 위반했으며 관리주체에 대해 부정한 청탁 또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등 관리업무를 방해하고 불법적인 사적 게시물에 대표회의 직인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B, C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을 요청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일 긴급회의를 개최해 ‘선거구에서 과반수 투표 시 투표 마감, 과반수 투표 미달 시 해당 선거구는 투표일과 시간이 연장될 수 있음’, ‘세대별 방문투표 형식으로 해임투표를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결의·공고했다.

선관위는 세대별 방문투표 형식으로 이틀간 해임투표를 진행한 후 해임이 가결됐음을 공고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3조 제4항 제1호는 ‘법 제14조 제9호에 따라 동별 대표자는 관리규약으로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 선거구 전체 입주자등의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B씨, C씨는 “관리규약이나 선거관리위원회규정에서는 동대표에 대한 해임투표에 관해 호별방문을 통해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음에도 대표회의는 아무런 근거 없이 호별 방문투표의 방법으로 해임투표를 진행했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며 객관적인 증거자료 없이 해임투표를 실시해 실체상 하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표회의는 해임사유가 존재한다며 “호별 방문투표방식을 취한다고 해서 반드시 선거 공정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고 방문투표 과정에서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했다. 해임투표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구미시의 행정명령에 의해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4㎡당 1명으로 실내 수용인원이 제한됨에 따라 부득이 방문투표의 방법으로 해임투표를 실시했던 것이며 행정명령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것이므로 관리규약이 행정명령에 우선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해임투표는 선거관리규정에서 허용하지 않은 방문투표의 형식으로 실시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며 B씨, C씨의 손을 들어줬다.

구체적으로 “A아파트 관리규약은 동대표 해임절차 등을 규정하면서 해임투표를 실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관해서는 정하지 않았고 선거관리규정은 투표방법에 관해 예외적으로 ‘후보자가 1인인 경우’ 호별방문을 통해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방문투표 규정을 동대표에 대한 해임절차에 준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후보자가 1인인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방문투표 규정을 후보자가 다수인 경우를 상정할 수 없는 해임투표 절차에 곧바로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대표 해임절차는 해임을 다투는 동대표와 그 해임을 주장하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해당 선거구 입주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해임 안건이 부결되므로 방문투표의 방법으로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해임투표의 대상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돼 투표의 공정성을 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호별 방문투표는 선거의 공정성 및 비밀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투표방법인 점을 더해 보면 동대표의 선출절차에 관한 방문투표 규정을 동대표 해임절차에 유추적용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동대표 해임투표를 방문투표 방식으로 하는 선관위 결의가 있었더라도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선관위 결의만으로 방문투표 방식이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대표회의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구미시가 발령한 ‘5명부터의 사적모임 금지 행정명령’에 따르면 ‘사적모임’이란 친목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모임·행사로서 해임투표를 위한 모임은 친목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행정명령에서 정한 ‘사적모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A아파트가 행정명령에 따라 4㎡당 1명으로 시설사용인원이 제한되는 시설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고 아파트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투표소 설치 방식에 의한 해임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모두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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