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직원 등이 임의 조작”...수원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냉동기 유량 소모량이 급증해 열 사용량 요금이 많이 부과된 것과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는 냉동기 설치업자가 냉동기 점검·AS를 하면서 블로우다운 밸브를 열어놓은 것이 원인이었다고 지적하며 해당 업자와 아파트 시공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기각 당했다. 아파트 직원 등이 밸브를 열었을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수원지방법원 제8민사부(재판장 이준규 부장판사)는 경기 시흥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아파트 시공회사인 B사와 이 아파트에 냉동기를 설치하고 점검 및 AS를 제공한 C씨를 상대로 제기한 1636만2220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인 A아파트 대표회의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9년 5월 7일 C씨가 A아파트에 설치해 시운전하기 시작한 이 사건 냉동기는 그해 7월경부터 정상가동했으나 같은 해 8월 3일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 고장이 발생했다.

C씨는 A아파트 대표회의 측의 요청에 따라 이날 냉동기를 점검하고 AS를 했는데, 그 무렵부터 냉동기의 유량 소모량이 갑자기 증가했다.

지역난방 공급업체인 D사는 그해 8월 26일부터 3일 동안 이 사건 냉동기를 점검했는데, 이틀 뒤인 8월 28일 냉동기의 블로우다운 밸브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고, 유량 소모량의 증가는 해당 밸브가 열려 있는 채로 냉동기가 가동됐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유량 소모량의 급증으로 2019년 7월 A아파트에 부과된 열 사용량 요금은 297만6620원이었는데 반해, 같은 해 8월에 대해 부과된 열 사용량 요금은 1933만8840원이었다.

이와 관련해 대표회의는 C씨가 냉동기 점검 시 블로우다운 밸브를 열어 놓았다고 보고 C씨와 시공사 B사가 열 사용량 요금 증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회의는 “C씨가 냉동기를 점검하고 AS를 한 직후부터 냉동기의 유량 소모량이 증가했는데, 이는 C씨가 블로우다운 밸브를 열어놓았기 때문이므로, C씨와 시공사 B사는 공동해 대표회의가 입은 손해 1632만2220원(1933만8840원 - 297만662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 대표회의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손해는 피고 C씨가 블로우다운 밸브를 열어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B사는 A아파트의 시공회사일 뿐이며, 피고 B사가 이 사건 냉동기의 설치나 점검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B사에 대한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며 B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봤다.

또 C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블로우다운 밸브를 열어 유량 소모량을 증가시킨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 C씨가 2019년 8월 3일 이 사건 냉동기를 점검하고 AS를 한 직후부터 이 사건 냉동기의 유량 소모량이 갑자기 증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증거 기재에 의하면 피고 C씨가 A아파트 관리소장 E씨와 전화로 통화하면서 E씨에게 기억은 안 나지만 블로우밸브가 열려 있었다고 한다면 자신이 냉동기를 시운전할 때 열었던 것 같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한편 다른 증거들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대표회의가 냉동기의 유량 소모량이 급증했다고 주장하는 2019년 8월 3일부터 28일까지 사이에도 냉동기의 유량 소모량이 증감하고, 특히 8월 18일의 유량 소모량은 다른 기간에 발생한 유량 소모량과 큰 차이가 없는 사실 ▲A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직원이었던 F씨는 피고 C씨와 전화로 통화하면서 소장 E씨의 지시로 블로우다운 밸브를 조작한 적이 있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한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 C씨가 소장 E씨에게 한 대화 내용에 의하더라도 자신이 블로우다운 밸브를 열어놓았음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그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블로우다운 밸브를 연 것은 냉동기를 시운전할 당시라는 것인데, 피고 C씨가 냉동기를 시운전한 후 2019년 8월 3일에 이르기까지는 냉동기가 정상적으로 가동됐으므로, 위 대화내용을 기초로 피고 C씨가 2019년 8월 3일 냉동기를 점검하고 AS를 하면서 블로우다운 밸브를 열어놓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파트의 시설관리자나 직원 등이 임의로 냉동기 블로우다운 밸브를 조작했고, 이로 인해 냉동기의 유량 소모량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고 C씨가 2019년 8월 3일 냉동기를 점검하고 AS를 하면서 블로우다운 밸브를 열어놓았고 이로 인해 냉동기의 유량 소모량이 증가했다는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