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보수공사감독관 선임 유효’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건축사인 입주민을 보수공사감독관으로 선임(위임계약)하고 보수를 지급했으나 지자체장은 공동주택관리법을 위반했다며 대표회의에 입주민에게 지급한 보수를 환수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행되지 않자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입주민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공사감독 업무 위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등 위임계약이 유효하다고 봤다.

부산지방법원 제3-2민사부(재판장 조윤정 부장판사)는 최근 부산 동래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항소심과 B씨가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대표회의 승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대표회의의 청구를 기각, 이 법원에서 제기한 B씨의 반소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대표회의는 2017년 8월 임시회의에서 외벽균열 보수 및 옥상방수 공사를 감독하기 위한 공사감독관을 모집하기로 결의해 입주민 B씨, C씨를 공사감독관으로 선임하고 보수공사가 이뤄진 그해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B씨와 C씨에게 보수로 각 816만여원을 지급했다.(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

동래구청장은 2019년 3월 대표회의에게 B씨, C씨에게 지급한 보수를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환수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고 B씨로부터 보수를 환수하지 못하자 그해 11월 대표회의에게 과태료 400만원을 부과했다.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는 관리주체의 업무를 공융부분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경비·청소·소독 및 쓰레기 수거, 관리비 및 사용료의 징수와 공과금 등의 납부대행 등으로 규정하고 관리주체는 공동주택을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에 따라 관리(제2항)하도록 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대표회의는 B씨에게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를 위반해 위임계약에 따른 보수를 지급했으므로 B씨는 부당이득 816만여원을 반환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제기, 1심 재판부는 대표회의의 손을 들었으나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위임계약이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위반된다고 해도 이 규정을 강행규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를 위반한 위임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동래구청은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는 공사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자를 선정하고 관리주체가 집행하는 사항으로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규정에 따라 공용부분에 대한 유지고나리는 관리주체의 업무이며 공사를 진행하면서 이를 관리·감독하는 업무에 별도의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공사감독 업무의 위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의 입법취지는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공동주택을 투명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제2항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과태료 등의 대상이 되나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에 대해서는 특별한 정함이 없다”며 “위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가 그 사법상 효력까지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경우 전문성을 갖춘 자에게 일부 업무를 위임하는 것까지 불가능하게 돼 공동주택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B씨는 건축사로서 실제로 아파트 공사 감독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위임계약 효력이 무효임을 전제로 B싸에게 부당이득으로서 기지급된 보수의 반환을 구하는 대표회의의 청구는 이유 없다”면서 B씨가 이미 보수를 지급받았다는 점에서 B씨의 반소 청구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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