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안양지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주택재개발정비조합이 인근 아파트 지하로 전신주를 매설하는 공사를 추진하면서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와 차량번호인식차단기 설치 등을 하기로 합의해 공사를 진행하자 입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가 법적 근거 없이 비대위에 권한을 이양했다며 철거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분소유자 중 상당수가 공사에 동의했고 관리단집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구분소유자 개인이 시설 철거를 구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안양시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A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C아파트주변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이 사건 소 중 피고 A비대위에 대한 소 및 합의서무효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C아파트주변지구주택재개발정비조합은 C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전신주를 철거하고 전선을 A아파트 부지 지하로 매설하는 전선지중화공사를 추진했다.

A아파트 비대위는 2019년 9월 주택재개발정비조합이 A아파트 부지 지하에 공사를 진행하되 A아파트에 차량번호인식차단기 설치, CCTV 교체 등을 하기로 하는 내용의 협의사항을 공고하고 A아파트 전체 366세대 중 297세대의 서면동의를 얻었다. 주택재개발정비조합과 A비대위는 그해 10월 합의서를 작성했고 조합은 공사를 도급해 2020년 4월 공사를 완료했다.

이에 A아파트 입주민 B씨는 “이 사건 합의서는 대표회의가 법적인 근거 없이 비대위에 권한을 이양해 비대위가 체결한 것으로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단 집회 결의 또는 서면결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합의서 무효 확인을 구한다”며 “무효인 합의서에 근거해 이뤄진 공사는 입주민의 구분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존행위로서 전선지중화시설 철거 및 원상회복을 구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비대위에 대한 소의 적법 여부에 대해 “피고 비대위가 정관 또는 규약을 제정하지 않았고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인정할 만한 의사결정기관, 집행기관 등의 조직도 두고 있지 않으며 별다른 재정적 기초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피고 비대위는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질을 갖추지 못해 당사자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 비대위에 대한 소는 민사소송법상 당사자능력이 없는 자에 대해 제기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봤다.

또한 합의서의 무효확인청구 부분에 대해 “이 사건 합의서는 피고 비대위와 피고 C조합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원고는 합의서의 당사자가 아니고 합의서의 주요 내용은 A아파트 부지 지하에 전선을 매립한다는 것으로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사항으로써 집합건물법에 의해 관리단 집회 결의에 의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고 피고 대표회의나 대표회의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피고 비대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므로 합의서의 효력이 원고에게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는 설비의 철거 및 원상회복을 별도로 구하고 있는데 합의서에 근거한 공사가 이미 완료됐다”면서 B씨의 권리 또는 법률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이미 설치된 시설의 철거를 구하는 것은 공유물의 멸실·훼손을 방지하고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로 보기 어렵고 A아파트 구분소유자 중 상당수는 이 사건 공사에 동의해 고분소유자들 사이에 이해가 상충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시설의 철거 및 원상회복청구는 보존행위로 볼 수 없고 집합건물법에 따라 관리단집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행위이므로, 구분소유자 개인인 원고가 관리단집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시설 철거 및 원상회복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