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판결... “투표 참여 유도해 해임 당사자에 불리”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동대표 해임투표를 방문투표로 실시하는 것은 투표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 투표 대상자에게 불리하므로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남기주 부장판사)는 서울 중랑구 A아파트 전 동대표 B씨, C씨, D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결의무효확인의 소에서 “피고 대표회의의 원고들에 대한 2021년 1월 13일자 동대표 해임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대표회의 항소 제기 없이 최근 확정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2020년 2월 A아파트 제5선거구에서, C씨와 D씨는 2019년 4월 각각 제3선거구, 제7선거구에서 제8기 동대표로 선출됐다.

그런데 2020년 12월 16일 각 선거구 일부 입주민들이 B씨, C씨, D씨에 대해 세 사람만의 밀실결의에 따른 포상 결정 등을 이유로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해 해임투표가 실시됐고, 투표 결과 세 사람은 각 선거구 동대표에서 해임됐다.

B씨 등은 해임결의가 절차상 및 실체상의 하자로 인해 무효라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해임투표가 투표소를 설치하지 않은 채 방문투표의 방법으로 진행됐고, 투표자 본인 확인, 참관인의 투표 참관, 선거인명부 열람기간, 투표진행상황 기록부의 작성 등과 같은 기본적인 절차 규정이 준수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또 동대표에 대한 해임 사유가 아닌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에 대한 해임 사유가 주장됐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해임 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해임결의가 이뤄졌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해임투표가 아파트 선거관리규정에서 허용하지 않는 방문투표의 형식으로 실시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A아파트 관리규약 제31조는 동대표의 해임절차 등을 규정하면서 해임투표를 실시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아무런 정함이 없었다. 투표 시 후보자가 1인인 경우에만 호별방문을 통해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며 이 규정을 동대표에 대한 해임절차에 준용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다. 이에 재판부는 “후보자가 1인인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방문투표 규정을 후보자가 다수인 경우를 상정할 수 없는 해임투표 절차에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후보자가 1인인 경우에는 이해관계의 대립이 없어 선거의 공정성이 침해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등에서 방문투표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동대표 해임절차의 경우 ▲해임을 다투는 동대표와 그 해임을 주장하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되는 점 ▲호별 방문투표는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투표방법이므로 방문투표의 방법으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가능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인 점 등에서 위 방문투표 규정을 동대표 해임절차에 유추적용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표회의는 “해임투표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투표소를 실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경로당이 폐쇄돼 부득이 방문투표의 방법으로 해임투표를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동대표의 해임 여부는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의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하므로, 해임투표의 대상자는 해당 선거구 입주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해임 안건이 부결되도록 하는 대응방법을 취하고자 할 수도 있는데, 방문투표의 방법으로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해임투표의 대상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돼 투표의 공정성을 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방문투표의 방법으로 해임투표를 실시한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이 사건 해임투표에서 3개의 선거구 모두 75% 이상의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보였는데, 이는 호별방문을 통해 해당 선거구 입주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했기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에 반해 방문투표의 형식으로 실시된 이 사건 해임투표의 위와 같은 절차상의 하자를 고려하면, 이는 투표권자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해임투표를 방해해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이 사건 해임결의에 영향을 미쳤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위 절차상 하자로 인해 이 사건 해임결의가 무효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해임결의는 다른 절차상의 하자 내지 해임 사유의 존부에 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무효라고 할 것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며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