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판결

예약채무불이행 따른
입대의 상대 손배 청구 ‘승소’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재도장 등 공사업체로 선정됐던 업체가 입주자대표회의의 입찰 무효 통보를 받고 예약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해 일부 인정을 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판사 태지영)은 건물 도장 등 전문업체인 A사가 경기 남양주시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이행청구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아파트 대표회의는 2020년 2월 4일 아파트 내·외부 크랙보수 재도장 및 부대시설공사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했고, 낙찰(선정)의 방법은 최저낙찰제로 정했다.

A사는 입찰참가신청서와 필요 서류 등을 대표회의에 제출했고, A사를 포함한 10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A사가 입찰한 4억5400만원이 최저가격임이 확인됐다. 이에 대표회의는 2020년 2월 20일 A사에 유선으로 낙찰자 선정을 통보했고, 같은 달 26일 A사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최저가 낙찰업체로 등록했다.

그런데 대표회의는 그해 5월 15일 A사에 ‘A사가 최저가낙찰업체가 됐으나 A사가 제시한 금액이 지나치게 높아 A사와 공사도급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는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했다.

이에 A사는 소송을 제기, “A사가 낙찰자로 결정된 이 사건 입찰은 유효하므로 B아파트 대표회의는 A사와 공사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며 “대표회의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체결을 거절했으므로 A사에 예약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으로 입찰보증서상 A사가 교부한 보증금 2500만원의 배액인 5000만원 내지 A사가 공사를 수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영업이익 상당액인 9988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B아파트 대표회의는 ▲관리규약에 따라 대표회의 구성원 7인의 과반수 찬성으로 낙찰을 결정해야 함에도 3인이 최저낙찰가를 선정하는 결의를 했으므로 입찰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 ▲A사가 현장실측을 하지 않은 채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제6조 별표3 제9호에서 정한 입찰가격 및 산출방법 및 기준을 위반해 과다한 산출내역서 및 입찰서를 제출했음 ▲A사는 타인의 산출내역서와 동일하게 작성된 산출내역서를 첨부해 위 지침 제6조 별표3 제11호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입찰은 무효”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표회의의 주장이 모두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낙찰자 선정 결의 위법 주장에 대해 “건물의 관리규약은 비법인사단인 건물 관리위원회의 내부규정으로서, 관리규약에 위반해 대표자가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그 계약이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거래상대방이 대표권제한 위반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해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 계약이 무효가 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B아파트 대표회의 구성원 2019년 12월 30일 기준으로 4명이었던 점 ▲2020년 2월 17일 개최된 제13차 대표회의 정기회의에서 위 4명 전원이 최저가 1, 2, 3위 업체의 제출 서류를 검토하고 이상이 없을 때 최저가 입찰업체를 선정하기로 의결한 점 ▲2020년 2월 18일 위 4명 중 1명이 사퇴해 대표회의 구성원이 3명이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피고 대표회의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거래상대방인 원고 A사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해 알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사업자선정지침 제6조 별표3 제9호 위반 관련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위 규정은 입찰가격 산출 방법 및 기준 등 입찰공고의 중요한 내용을 위반해 제출한 입찰을 무효로 규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피고 대표회의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A사가 입찰의 중요한 내용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나아가 원고가 제시한 입찰가격이 다른 입찰자에 비해 제일 낮았던 점을 볼 때, 원고가 산출 방법 및 기준을 위반한 과다한 산출내역서 및 입찰서를 제출했다고 보기에도 어렵다”고 밝혔다.

지침 제6조 별표3 제11호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가 제출한 산출내역서상의 내·외부 도장면적이 입찰에 참가한 C사 등 다른 업체들이 제출한 산출내역서상의 면적과 일치하기는 하나, 기재된 단가가 다른 사실 등을 고려해 볼 때,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타인의 산출내역서와 동일하게 작성된 산출내역서를 첨부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입찰이 무효라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가 입찰 무효를 원고에 통보했더라도 그에 따라 입찰이 무효가 됐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가 낙찰자로 결정된 것은 유효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입찰을 거쳐 원고를 낙찰자로 결정한 피고와 낙찰자인 원고 사이에는 공사계약의 본계약체결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했고, 그런데 피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와의 본계약 체결을 거절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예약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서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이 사건 입찰에서 원고의 낙찰금액은 4억5400만원이었으나, 실제 본계약이 체결되고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 낙찰금액에서 공제할 원고가 지출을 면하게 된 직·간접적 비용을 산출하는 것은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렵고, 통상 공사계약 체결 이후 장기간의 이행과정을 거치면서 공사현장의 상황 등에 따라 공사내용, 품목 및 수량 등에 여러 변경이 생길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며 “여러 제반 사정 등을 종합해 피고가 책임을 지는 원고의 손해배상 범위를 2500만원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을 정한 근거로 먼저 “이 사건 입찰공고에는 입찰보증금으로 입찰금액의 5% 이상의 입찰이행 보증보험 증권을 제출해야 하고, 낙찰된 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입찰보증금이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돼 있다”며 “따라서 입찰보증금에는 본계약체결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액 예정의 성격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원고의 입찰금액의 5%는 2497만원{(4억5400만원 + 부가세 4540만원) × 5%}이고, 원고는 입찰 참여 당시 보증금액 2500만원의 입찰보증서를 피고에게 제출했다”고 전했다.

또 “원고가 피고에게 제출한 견적서에는 이윤이 4362만360원으로 돼 있고, 낙찰금액에서 원고가 본계약의 체결과 이행에 이르지 않음으로써 지출을 면하게 된 직·간접적 비용을 공제한 이행이익은 원고가 피고에게 제출했던 견적서의 이윤 상당 금액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원고가 입찰참가를 위해 큰 노력과 비용을 들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피고에게 책임을 인정함이 상당한 손해의 범위를 위 이윤 상당 금액의 약 60%에 가까운 25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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