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판결···효력 잃은 과태료 부과 사실 알려 동대표 당선무효 결정에 법원 “무효 결정 무효”

아파트 선관위 “불법 선거운동”
법원 “허위사실 유포 아니다”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동대표 당선자들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유인물에 입주자대표회의의 지자체 과태료 부과 관련 내용을 담은 것에 대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당선무효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에 이의제기를 할 경우 과태료 부과처분의 효력은 상실해도 부과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지 않아 당선무효 결정은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전일호 부장판사)는 광주 서구 A아파트 입주민 B씨, C씨, D씨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당선무효결정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서 피고 선거관리위원회의 2020년 7월 6일자 원고 B씨, C씨, D씨에 대한 동대표 당선무효 결정은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B씨 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 판결은 최근 확정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2020년 6월 27일 실시된 A아파트 동대표 선거 결과 B씨는 E동, C씨는 F동 동대표로 선출됐고 D씨는 G동에서 다른 후보자와 같은 수로 득표해 관리규약에 따라 동대표를 추첨으로 선출하는 절차가 남게 됐다.

이에 앞서 2020년 3월 13일 광주 서구청장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에게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승강기 교체공사 미실시(공동주택관리법 위반)를 이유로 과태료 각 500만원을 부과했고 대표회의의 이의제기로 광주지방법원에서 과태료 재판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B씨 등은 동대표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유인물에 과태료 부과처분 관련 내용을 기재했다.

이에 대해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과태료 부과처분과 관련된 내용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B씨 등에게 선거유인물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이를 제거할 것을 요구했고, 입주민들 중 일부는 ‘B씨 등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위 민원과 관련해 선관위는 ‘B씨 등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판단한 후 동대표 선거 당일인 2020년 6월 27일 B씨 등에 대한 당선무효 결정을 의결했다.

선거관리위원장은 사실확인을 거쳐 위 당선무효 의결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후 2020년 7월 6일 ‘B씨, C씨, D씨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A아파트 선거관리규정 제24조 제5호(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서 정한 선거운동의 제한·금지 규정을 위반했으므로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B씨 등에게 후보자 당선무효 결정을 하고, 동대표 선거를 재실시한다’는 내용의 당선무효 공고를 했다.

이에 대해 B씨 등은 “대표회의가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므로, 위와 같은 내용이 기재된 선거유인물을 배포한 행위가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무효 결정에 실체적 하자가 존재하므로 위 당선무효 결정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반면 대표회의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20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하면 행정청의 과태료 부과에 불복하는 당사자의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 행정청의 과태료 부과처분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며 B씨 등의 선거유인물 배포가 허위사실 유포가 맞고, 따라서 선관위의 당선무효 결정은 적법하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비록 피고가 과태료 부과처분에 대해 이의제기를 함으로써 그 부과처분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할지라도, 이로 인해 과태료 부과의 법률적 효과인 과태료 납부의무가 없어질 뿐이지 과태료 부과가 있었다는 기왕의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B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재판부는 “A아파트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피고 선관위가 후보가 당선무효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후보자가 단순히 아파트 관리규약 내지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위반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인정돼야 하는데, 여기서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는 그러한 위반행위가 없었더라면 당락이 서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명한 뒤, “원고들의 행위가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피고 선관위가 이를 이유로 원고들에게 당선무효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의 허위사실 유포행위가 없었더라면, 달리 말해 원고들이 서구청장의 과태료 부과 사실을 선거유인물에 기재하지 않았더라면 당락이 서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당선무효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 선관위의 당선무효 결정은 무효라 할 것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들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며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선관위, 소송당사자 될 수 없어

한편 대표회의는 “B씨 등에게 당선무효 결정을 한 주체는 선거관리위원회”라며 “이 사건 무효확인의 소는 대표회의가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해야 한다”는 본안전항변을 펼쳤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관리규정이라는 자체 규약을 만들어 이에 근거해 의사결정기관 및 집행기관의 대표자(선거관리위원장)를 두는 등의 조직을 갖추고 있고, 선거관리위원의 가입, 탈퇴 등으로 인한 변경에 관계없이 선거관리위원회 그 자체가 단체로서 존속하는 등 대표회의와는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제15조가 ‘입주자 등은 동대표나 입주자대표회의의 임원을 선출하거나 해임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동법 시행령 제15조 제5항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운영·업무·경비, 위원의 선임·해임 및 임기 등에 관한 사항은 관리규약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선거관리위원회는 피고의 회장, 감사, 이사, 동대표의 선거관리 및 관리규약에서 위임한 사항에 한해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진 회의체기관으로서 피고의 산하에 구성된 하나의 기관에 불과할 뿐, 그 자체가 법인 아님은 물론 피고와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소송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대표회의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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