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판결...“작업자 책임 크고 안전조치미흡 증거 부족”

“추락위험 인지하고도
방지조치 안 했다 보기 어려워”

[아파트관리신문=조미정 기자] 서울동부지방법원(판사 박창희)은 아파트 전기과장이 관리업무를 하던 중 추락방호망 및 안전대 착용 미흡으로 추락해 사망한 것과 관련해 필요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 성동구 A아파트 전기과장이었던 B씨는 2020년 7월 10일 지하주차장에서 추락할 위험이 있는 약 2m 높이의 이동식 사다리 위에서 소방유도등 수리작업을 하던 중 바닥으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7월 23일 뇌간압박 및 연수마비 등으로 사망했다.

이에 검찰은 “산업재해를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A아파트 관리소장 C씨를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조사를 통해 ▲이 사건으로 사망한 B씨는 아파트 관리업무를 하는 사람들 중 전기 관련 업무에 관해 가장 상급자이고 ▲C씨는 B씨에게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작업을 지시한 바 없고 B씨가 자발적으로 작업을 실시한 점 ▲B씨는 C씨에게 이 사고 작업에 관해 별달리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실제 전기 관련 작업과 관련해서는 위 근로자가 자신의 책임하에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B씨에게 안전모가 지급돼 있었는데, 이 사건 작업을 하면서는 B씨가 자신의 부주의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했을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C씨에게 안전모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해야 할 의무를 위반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사 측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 시 피고 B씨가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해야 하고,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 추락방호망을, 추락방호망 설치가 곤란한 경우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게 하는 등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 제1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 또는 기계·설비·선박블록 등에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이 사건 작업 장소는 지하 2층 주차장 안에 있는 천장 높이가 비교적 낮은 곳으로서 기록에 의하더라도 증명되지 않은 점 ▲같은 조 제2항 본문에 의하면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 각호의 기준에 맞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해야 하는데, 제1호는 추락방호망의 설치위치에 관해 ‘작업면으로부터 망의 설치지점까지의 수직거리는 10m를 초과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어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작업 높이가 2m 남짓인 경우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이라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규칙 제42조 제2항 단서에 의하면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하고, 위 규칙 제32조 제1항 제2호는 사업주의 보호구 지급의무와 관련해 높이 또는 깊이 2m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에 대해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과 같이 이동식 사다리를 이용해 작업을 하기만 하면 높이 2m를 초과하게 돼 작업 장소의 평탄도나 작업 지점의 높이, 작업 난이도 등을 불문하고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 간단한 작업을 하는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안전대 착용을 강제하는 결과가 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형벌을 부과하게 돼 부당한 점 등을 근거로 반박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 C씨는 평소 산업재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한 바 있고, 비록 근로자 B씨가 안전대를 착용하지는 않았으나 작업 내용 등에 비춰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것에 피고의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고가 이 작업을 알지 못하는 와중에 B씨가 전기를 차단하지 않고 혼자 작업을 한 것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인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비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인지하고 이를 지시하면서 추락방지 등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거나 위 작업 장소가 이 사건 규칙에서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하는 장소라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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