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건물 청소원에게 법에서 정한 사유 없이 매년 퇴직금을 중간정산 했다면 퇴직금 효력이 없어 무효고 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건물 청소원에게 매년 퇴직금을 중간정산 하는 등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관리단대표 A씨에게 “피고인을 벌금 100만원에 처하고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공소사실 중 최저임금법 위반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퇴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해야 하나,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B건물 관리단대표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까지 근무한 청소원 C씨의 연차휴가미사용수당 합계 16만여원과 퇴직금 846만여원 중 359만여원을 당사자간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A씨는 “C씨에게 2018년 2월 18일 기준 연차수당 1일치와 2019년 1월 1일 기준 연차수당 1일치를 지급하지 않았으나, 2019년 1월 31일 모두 지급했고 C씨가 퇴직금을 미리 지급해 달라고 요청해 1년에 한 번씩 중간정산금을 지급했으므로 875만여원은 적법하게 지급된 퇴직금”이라고 반박했다.

또 “설령 C씨에게 임금, 퇴직금 등을 미지급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은 관리소장이 보고하면 승인하는 방식으로 결재해 소액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에게는 임금 등 미지급 고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연차수당 지급 주장은 지급기일 연장 합의가 없었던 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해 “매년 퇴직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아 왔고 이 퇴직금 합계가 875만여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적법한 퇴직금 중간정산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령은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를 주택구입, 파산선고, 본인 및 가족 요양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월급이나 일당 속에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퇴직금의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고 법에 위배돼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위한 법정사유가 있을 경우라도 유효한 중간정산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근로자 측의 요구가 있어야 하고 그 요구는 명시적이고도 적극적인 의사표시에 의해야 하는데, C씨가 퇴직금 중간정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C씨가 법원에 출석해 사용자인 A씨가 퇴직금을 준다고 해 받았을 뿐이라는 취지로 증언해 중간정산의 구체적인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서류에 서명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적법한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가 있었다거나 근로자 측의 요구에 의한 중간정산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B건물 자치관리단에게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있더라도 적법한 방법으로 법정기간 내에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관리소장의 결재 요청에 승인했을 뿐이라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자치관리단은 상시 3명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은 자의적 판단에 불과할 뿐 임금 미지급의 고의를 부정할 사유라고 할 수 없고 C씨에게 퇴직급 중간정산 명목으로 지급한 돈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을 거절할 만한 권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임금 및 퇴직금 체불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2014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적용된 C씨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시간이 평일 8시부터 16시까지(휴게시간 점심 12시부터 13시까지), 토요일 8시부터 12시까지로 기재돼 있고 이후 새로운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가 2018년 7월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1주 32시간, 월 166.85시간(주휴시간 포함)으로 한다고 기재돼 있다.

재판부는 “C씨의 진술, 출근부 등에 비춰 보면 2018년 6월까지 평일에는 8시부터 16시까지 근무했던 것으로 보이고 30분 내지 40분 정도 조기출근을 했어도 그때부터 정규 출근시간까지 청소업무를 시작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어 평일 근무시간은 8시부터 16시까지라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최저임금법에 따라 C씨의 임금을 계산했을 때 2017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임금을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지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최저임금 미달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가 중간정산으로 기지급한 퇴직금이 미지급 퇴직금 액수를 상회하고 미지급 임금은 추후 C씨에게 지급한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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