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판결

손해배상 책임 물었으나
“고지의무 위반·기망 없어”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에서 폐기하려던 벙커씨유(난방유)를 매수해 재판매하려던 업자가 뒤늦게 재판매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아파트 측에 계약금 등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 패소했다.

인천지방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양민호 부장판사)는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를 상대로 1016만6200원의 물품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벙커씨유 관련 업자 C씨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C씨는 2017년 7월 26일 A아파트의 벙커씨유를 수거해 재판매하기 위해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인 B씨와 사이에 벙커씨유를 1939만50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이하 ‘이 사건 계약’) 이에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계약금으로 계약 당일 200만원, 그달 29일 300만원을 각 지급했다.

또 C씨는 ‘벙커씨유 1만2000L를 2017년 7월 30일 오전 10시까지 수거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계약은 자동 파기되고 계약금 500만원을 포기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C씨는 A아파트의 벙커씨유가 재판매 불가능하다는 사유로 벙커씨유 1만2000L를 수거하지 않았다.

C씨는 소송을 제기하며 “B씨가 매도한 벙커씨유는 판매가 불가능하므로 B씨는 본인에게 계약금 500만원과 위약금 500만원, 교통비 및 숙식비 합계 1016만62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이 다소 불분명하나, 이를 피고의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 책임이나 기망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또는 민법 제580조 소정의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하는 것으로 선해해 살펴본다”며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먼저 판단 근거가 되는 법리로 “재산권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 그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지했다면 상대방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그 계약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이때에도 상대방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거나 스스로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 또는 거래 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에는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아파트 벙커씨유는 난방관련시설 철거 등 공사 과정에서 폐기될 예정이었고 C씨도 이를 알았던 점 ▲C씨가 공사 현장에 직접 찾아와 벙커씨유의 상태를 확인하고 B씨에게 벙커씨유를 재판매할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매각할 것을 요청하면서 수거 중 발생되는 손실비용까지도 지급하겠다고 제안해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된 점 ▲C씨는 A아파트에 벙커씨유 첨가제를 납품해 왔고, 폐기될 예정이었던 벙커씨유의 재판매를 스스로 제안한 자로서 재판매 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춰 “피고 B씨가 위 벙커씨유에 관해 고지의무를 위반했거나 원고 C씨를 기망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벙커씨유에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징·성능을 결여하거나 당사자가 예정한 성질을 결여하는 등의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며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기각해야 하는 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해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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