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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옆 밥솥’ 열악한 경비원 휴게실···갈 길 멀다기획: 경비노동자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대책
승인 2021.07.28 10:24|(1351호)
고경희 기자 gh1231@aptn.co.kr

당진비정규직센터 전수조사
시의회 조례개정 요구키로

근무지와 먼 거리 등
사용 어려운 휴게실 많아

당진시 소재 아파트에서 경비원 휴게공간을 화장실 내에 마련했다. <사진제공=당진시비정규직지원센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단기계약 등으로 공동주택 경비노동자의 고용은 불안해져 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근무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당진시비정규직지원센터는 당진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휴게공간 실태조사 결과를 19일 밝혔다. 7월 1일부터 14일까지 총 2주간 시행된 이번 실태조사는 당진에 있는 300세대 이상 아파트를 전수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선 경비초소와 분리된 휴게공간이 있는 경우가 전체의 43.6%에 불과했다. 또한, 별도의 휴게공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창고 개조, 컨테이너 등 현실적으로 사용이 열악하고 불가능한 경우도 다수 있었다. 현실적인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는 경비초소와 휴게공간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먼 경우, 휴게공간에 화장실, 에어컨 등 기본적인 휴게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 등이 있었다.

따라서 휴게공간 설치 여부와 별도로 실제 식사하는 장소에 대한 질문에 전체 25.6%만 휴게공간에서 식사했고, 74.4%의 경비노동자는 경비초소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경비초소에는 별도의 싱크대 등 조리기구가 설치돼 있지 않아 비위생적 환경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화장실에서 밥솥, 전자레인지 등 조리기구를 두고 식사를 하는 경우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를 진행한 이옥선 센터장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경비노동자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고 대부분 습기가 많은 지하실에 휴게공간이라고 만들었지만, 노동자 건강권이 지켜질 리 만무하다. 최저 그 이하 수준이라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의 노동자가 쉴 수 있는 휴게공간 제공을 위해 당진시,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 협의를 통해 올해 안에 시범사업으로 1~2개소 아파트 선정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진시비정규직지원센터에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당진시와 당진시의회에 경비노동자 휴게공간 개선과 관련한 조례개정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경기도 지원사업으로 휴게시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긴 용인 서홍마을한화꿈에그린아파트 <사진제공=경기도청>

휴게실 의무화에도 현실 여전
제도 개선·지자체 지원 ‘변화’

경비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관리종사자 휴게시설 설치 제도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 제54조(휴게)와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사업주의 의무), 동법 제29조 제9항(도급사업시의 안전보건조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79조(휴게시설), 동 규칙 제567조(휴게시설의 설치) 등에 의해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28조는 경비원 등 공동주택 관리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위한 휴게시설 설치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주택단지에는 관리사무소, 경비원 등 관리종사자 휴게시설을 모두 설치하되, 그 면적의 합계가 10㎡에 50세대를 넘는 매 세대마다 500㎠를 더한 면적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 다만, 그 면적의 합계가 10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설치면적을 100㎡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관리종사자 휴게시설 조항의 경우 지난해 1월 규정 개정으로 추가된 것으로 기존 관리사무소 면적을 쪼개 관리사무실과 휴게시설로 나누는 방법으로 적정 면적의 휴게시설 확보가 어렵고 관리사무소 면적까지 줄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지하층이나 협소한 면적에 휴게시설이 마련되는 사례를 막고자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청소, 경비 등 관리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위한 휴게시설의 설치 면적 및 위치에 관한 내용을 의무적으로 포함하고 ▲ 건축허가 시 경비원 등을 위한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휴게시설 면적을 바닥면적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및 건축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또 지난 4월 서울시의회 김종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주택 근로자의 휴게·경비 등 시설을 용적률에 반영되지 않는 ‘신고에 따라 착공할 수 있는 가설건축물’에 추가하는 내용으로 발의한 ‘서울시 건축 조례 일부개정안’이 의회 소관위를 통과했다.

이는 경비실에 에어컨, 냉장고 등 휴게시설 설치가 늘어나고 있으나 일부 아파트 단지는 허용 용적률이 초과되는 위반건축물로 분류돼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받는 일이 발생함에 따라, 가설건축물 축조신고 대상인 ‘관리사무실’ 항목에 ‘공동주택 단지 내 근로자 근무 환경을 위한 휴게·경비 등 시설’을 추가해 용적률 산입 없이 근로자 휴게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관리종사자 휴게시설 개선을 위해 지자체도 실태조사, 지원사업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용인시 서홍마을한화꿈에그린아파트가 ‘아파트 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사업’ 대상지 중 처음으로 공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20일 밝혔다.

이곳은 지하주차장에 위치해 있던 경비노동자 휴게시설을 그간 부녀회 공간으로 이용하던 건물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지상으로 이전하는 식으로 개선사업이 이뤄졌다.

특히 부녀회 등 입주민들이 이번 사업 취지에 적극 공감, 흔쾌히 리모델링에 동의하면서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한 건물에는 에어컨과 냉장고 등의 설비를 신규 구입해 설치하고, 특히 휴식공간과 취침공간을 분리함으로써 경비노동자들이 한여름에도 쾌적하게 휴식과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70대 경비노동자 A씨는 “기존 지하 휴게실은 자동차 매연이나 습기 등으로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경기도의 지원으로 좋은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돼 무척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충남 아산시는 지난달 관내 노후아파트에 방문해 휴게시설 환경개선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휴게실 이전·확장, 도배, 장판, 냉난방기 지원 등 현장 실정에 맞게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광주시도 ‘공동주택 비정규직 근무환경 개선사업’ 신청 아파트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단지들은 광주시의 지원을 받아 지하 휴게실을 지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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