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경리직원 횡령 사건 조사 중 관리소장이 관리업체에 ‘자기부담금 1건당 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확인서를 작성한 것은 횡령사건 건수가 아닌 보험계약 건당 부담한다는 의미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처럼 문서상 의미를 두고 다투지 않기 위해서는 문서에 정확한 기준과 의미를 명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방법원(판사 윤상도)은 최근 경기 남양주시 A아파트 관리소장 B씨가 관리업체 C사를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500만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주의적 청구 및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경리직원 D씨는 관리비, 장기수선충당금 등을 관리하던 중 2016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관리비 계좌에서 총 21회에 걸쳐 합계 6억2567만여원을 마음대로 인출한 후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

2017년 7월 D씨가 횡령 사실을 스스로 실토하자 관리업체 C사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는데 그 과정에서 관리소장 B씨는 C사에 ‘경리주임 D씨의 회계사고 부분에 대해 A아파트 손해액의 보험회사 처리 후 자기부담금에 대해 책임질 것을 확인합니다. 자기부담금 500만원 부담 확인(1건당)’이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 줬다.

D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후 징역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C사는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피해금 변제조로 3회에 걸쳐 합계 5억8790만여원을 송금했고 B씨는 C사에 3500만원을 보냈다. C사는 회사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E사에 D씨의 횡령 사건으로 입은 손해에 관해 보험금이 과소지급됐다면서 추가 보험금 2억8703만여원 지급을 요구했다.

이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E사가 C사의 손해 5억8790만여원에서 9500만원을 뺀 나머지 4억9290만여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결정 돼 E사는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뺀 나머지 금액인 1억9290만여원을 지급했다.

2019년 3월 C사는 관리소장 B씨, 전직 입주자대표회의 대표자였던 F, G씨를 상대로 ‘3인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해 E사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9500만원에 관한 구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C사에 B씨는 1000만원, F씨는 750만원을 각 지급하라”는 취지의 조정결정을 내렸다(이하 ‘선행사건’).

이에 B씨는 “C사에 3500만원을 송금한 것은 대표회의에 대한 피해 변제로 인해 자금이 부족하게 된 C사의 요청에 따라 대여한 돈으로, C사가 변제키로 약속한 ‘E사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한 때’가 경과한 이상 C사는 송금액 35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C사는 “B씨가 송금한 것은 D씨의 횡령 사건과 관련해 C사에 지급할 손해배상금 중 일부에 관한 변제 명목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차용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체결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처분문서가 없다”면서 B씨가 C사에 송금한 것이 D씨의 횡령 사건에 관한 손해배상 및 담보의 의미로 이뤄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선행사건에서의 조정결정에 의해 원고의 피고에 대한 배상책임금액이 1000만원으로 확정됐으므로 3500만원에서 조정결정금 1000만원을 상계한 나머지 2500만원은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를 보유하는 셈이 됐다”며 “따라서 피고는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C사는 “B씨가 부담하기로 약정한 ‘자기부담금 1건당 500만원’에서의 ‘1건당’은 횡령 발생사고 1건당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B씨는 D씨의 횡령 19건에 500만원을 곱해 합계 9500만원을 부담하기로 약정한 것이고 조정결정은 이미 이뤄진 송금액을 고려해 정해진 것이므로 B씨는 오히려 추가로 1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확인서가 작성될 당시 원고와 피고의 대표자는 모두 E사와의 관계에서 회사종합보험계약이 2건 체결돼 각 계약당 자기부담금이 500만원으로 정해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나중에 보험계약상의 총 공제금이 9500만원으로 정해질 것이라는 점은 예상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확인서에서 말하는 ‘1건당’은 원고의 주장과 같이 ‘보험계약 1건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1건당’이 ‘횡령 발생사고 1건당’을 의미한다는 C사의 주장은 확인서 작성 당시 D씨의 횡령 사건은 수사 초기 단계여서 당시로서는 ‘횡령 발생사고’가 몇 건인지, 1건당 손해금이 얼마인지 확정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정결정이 이미 이뤄진 송금액을 고려해 정해졌다고 볼 근거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을 인정범위 내에서 받아들이고 주의적 청구는 부당하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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