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동부지원 판결

‘당사자적격 없다’ 주장 배척

[아파트관리신문=조미정 기자] 공사대금 및 장기수선충당금을 횡령한 혐의로 형사판결을 확정받은 주상복합 건물 관리소장에게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관리소장 측은 오피스텔, 상가도 포함하고 있는 건물에서 아파트 입주자들로만 구성된 대표단이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구분소유관계가 성립되면 관리단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법리를 근거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관리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단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일축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판사 남세진)은 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 입주자운영위원회가 관리소장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4011만8200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중 8분의 1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관리업체 C사에 소속된 관리소장 B씨는 2001년 11월 28일부터 2017년 10월 27일까지 A아파트에 근무하면서 공사입찰·업체선정·업무관리, 아파트 관리비징수 및 집행 업무 등 아파트 관리 업무를 총괄했다.

B씨는 A아파트 옥상에 통신회사 D, E, F사의 중계기를 설치한 후 받은 임대료로 발생한 잡수입을 장기수선충당금에 적립해 공동주택 주요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D사로부터 받은 임대료만 정상적으로 장부처리하고 E, F사의 임대료를 장기수선충당금에 적립하지 않고 수입 내역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채 자신의 개인 계좌에 입금하는 등 2014년까지 총 93회에 걸쳐 통신회사 중계기 설치장소 임대료 6911만8200원을 횡령했다.

또한 유리창 청소업체 G사에게 공사대금을 부풀려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초과 지급된 공사대금 1900만원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5회에 걸쳐 개인 계좌로 송금받아 횡령했고, 같은 방법으로 조경업체 H사에게도 2012년 10월 26일 공사대금 차액 200만원을 지급받아 횡령했다.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낙찰을 빌미로 부정한 청탁을 받으며 외부창틀 코킹공사 업체 I사에 2000만원, 재도장공사 업체 J사에 1500만원씩 두 차례 교부받는 등 총 3회에 걸쳐 5000만원 상당의 재물을 취득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이 아파트 입주자운영위원회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오피스텔, 상가 등을 포함해 위 주상복합건축물 전체의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아파트 입주자운영위원회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주상복합건물의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관리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단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확인했다.  이어 “B씨 자신이 C사에 소속된 직원에 불과하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항변에 대해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이행 소에 있어서는 원고에 의해 이행의무자로 지정된 자가 피고적격이 있으므로, 피고적격은 원고의 청구 자체로써 판가름되고 그 판단은 청구의 당부의 판단에 흡수되는 것이므로 급부의무자로 주장된 자가 정당한 피고”라고 설명하며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입은 자로서 피고에 대해 직접 손해배상청구를 함에 있어 피고와 사이에 직접 계약관계가 없다는 사정이 어떠한 장애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중계기 임대료 6911만8200원 횡령에 대해 “720만원은 개인적인 용도로, 나머지 6191만8200원은 이 아파트 직원들을 위한 명절 상여금, 간식비용 등의 용도로 사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돼 횡령이 성립한다”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불법행위로 평가했다.

B씨는 “6191만8200원은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로 지출하는 등 A아파트를 위해 사용했으므로 손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장기수선충당금은 용도 이외의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된 자금으로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로도 그 용도를 변경할 수 없다”면서 “용도가 제한돼 있는 돈을 그 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 자체로 원고에게 손해를 입힌 것이고 그 지출에 관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승인이 있었다거나 장기수선충당금 이외 항목의 지출이 일부 절약된 측면이 있다 해도 원고가 입은 손해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공사대금 횡령 및 배임수재로 인한 손배 청구에 대해서도 “타인을 위해 금전 등을 보관·관리하는 자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정한 금액보다 과다하게 부풀린 금액으로 공사계약을 체결하기로 공사업자 등과 사전에 약정하고 그에 따라 과다지급된 공사대금 중의 일부를 공사업자로부터 되돌려받는 행위는 그 타인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에 해당”하고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이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A아파트 입주자운영위원회는 2013년 8월 경 B씨와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 생긴 다툼과 이로 인해 진행된 소송에서 B씨가 입주민들에게 지급하라고 선고받은 손해배상금 378만9770원과 형사사건을 위해 지출된 변호사 비용 등 합계 1783만9500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소송비용 및 손해배상금 등 명목의 금원이 지출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 운영위원회 결의에 참여한 자들과 공모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피고의 불법행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1억4011만8200원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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