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선고···“원심 판결 가벼워 부당”

지난해 숨진 故이경숙 소장을 애도하는 현수막이 A아파트에 걸려 있다. <고경희 기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지난해 10월 관리 불신을 이유로 아파트 관리소장을 괴롭히다 살해한 입주자대표회장에 대한 항소심 법원이 징역 17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제6-2형사부는 3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인천시 A아파트 관리소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 대해 징역 17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 B씨에 대한 형이 가볍다며 징역 20년으로 형량을 늘렸다.

입주자대표회장 B씨는 평소 관리 문제로 다투다 지난해 10월 28일 오전 10시경 관리사무소에 혼자 있던 관리소장 故이경숙 씨의 목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뒤 달아났다가 자수했다.

B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한 달 전부터 대표회의 운영비 인상 요구, 통장 분실했다며 여러 차례 재발급 지시, 독단적으로 단독 인감 변경, 관리비 통장 비밀번호 요구 등의 방법으로 관리소장 이 씨를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또 B씨가 지속적으로 관리비 사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이 씨는 결국 직접 감사기관에 외부회계감사를 의뢰했으며 감사 마지막 날 B씨에 의해 살해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리 준비한 흉기를 이용해 관리사무소에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9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피해자의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찔렀고 피해자를 만나기 전부터 범행 전 변호사를 검색하고 흉기를 꺼냄과 동시에 찌르는 등 계획적으로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피고인의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을 보면 죄질이 나쁘고 자수한 뒤에는 반성하지 않고 범행 원인을 ‘관리비 횡령’이라며 피해자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면서 B씨를 징역 17년에 처했다.

B씨와 검사측은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 형이 가볍다는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우발적으로 이 소장을 살해했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 “범행 3일 전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점, 관리사무소에 들어간 지 1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과도를 꺼내 피해자를 살해한 점, 이전부터 진료를 받던 병원에서 2개월치 약을 처방받으면서 간호사 등에게 ‘그동안 감사했다.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고 말한 점, 평소 연락하지 않던 동생에게 사업자 등록증 사진을 메신저로 보내는 등 신변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인 점, 이 소장이 자신을 기망해 공금을 횡령했다는 취지로 진술해 평소 이 소장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던 점 등의 사정을 봐 피고인 B씨는 계획적으로 이 소장을 살해했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B씨와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고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점, 평소 근거 없이 이 소장의 공금 횡령을 의심하면서 여러 차례 괴롭혔고 결국 살해에 이른 점, 자수한 뒤로도 수사기관에서 반성 없이 ‘이 소장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 이 소장이 횡령을 했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점, 이 소장의 직장 동료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원심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B씨를 징역 20년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2심 판결에 이 소장의 유족측은 “B씨의 형이 늘어나 다행이다. 이제 동생을 볼 낯이 있다”고 안도했다.

아울러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인천시회는 “B씨의 강력 처벌을 위해 전국의 주택관리사 및 관리업무 종사자 1만5440명이 엄벌촉구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우리의 요구에 비해 다소 미흡하지만 1심에서 선고한 형량보다 증가한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유가족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며 “협회는 이후 법과 제도, 상식과 질서를 무시하는 갑질과 전횡이라는 사회적 범죄가 공동주택에서 근절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유가족측은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청구(손해배상)했으며,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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