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손해배상 외 피해 방지 노력도 해야”

대법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건물의 통유리 외벽에 반사된 태양광으로 인해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이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면 건물주는 손해배상과 함께 태양반사광 피해 방지 노력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경기 성남시에 있는 A사 사옥 인근 B아파트 입주민 68명이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A사옥의 태양직사광과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입주민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뒤집고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A사는 업체 표장의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고 높이는 과정에서 녹색 색조를 이미지화해 사용해 왔다. 2010년 2월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해 이른바 커튼 월(curtain wall) 공법으로 사옥을 신축하면서 브랜드 홍보 등의 일환으로 건물 내부에 초록색 수직 핀(루퍼)을 설치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밝고 광택이 나는 녹색 색조를 발산하는 디자인을 건물 외관으로 형상화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태양빛이 초록색 수직 핀에 반사돼 초록 빛깔이 건물 외부로 더욱 노출되게 된다.

B아파트 입주민들에 따르면 태양이 뜨고 지는 과정에서 A사옥 건물의 외벽유리를 매개물로 해 태양반사광이 생성되고 B아파트 중 C동에는 해가 뜰 무렵부터 오전 시간에, D동에는 오후에서 해가 질 무렵까지 태양반사광이 유입되고 있다.

빛반사 밝기가 2만5000cd/㎡를 초과하게 되면 인체는 포화효과로 인해 시각정보에 대한 지각 능력이 순간적으로 손상되는 빛반사로 인한 눈부심 시각장애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빛반사 시각장애 현상은 D동에서는 연중 7개월 가량 대략 1일 1~2시간 정도, C동에서는 연중 9개월가량 대략 1일 1~3시간 정도에 이른다. 태양반사광의 빛반사 밝기는 D동의 경우 최소 4500만cd/㎡에서 최대 3950만cd/㎡, C동은 최소 1500만cd/㎡에서 최대 7억3000만cd/㎡인데, 이는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2만5000cd/㎡의 약 440배 내지 2만9200배 정도에 해당한다. B아파트 입주민 상당수는 태양반사광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방의 위치를 다른 방으로 바꾼 뒤 안방을 창고방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2중, 3중으로 커튼을 설치해 집안을 암실과 같은 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이에 2011년 B아파트 입주민들은 “A사옥의 통유리 외벽이 빛을 반사해 생활에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A사에 손해배상과 태양반사광 차단시설 설치를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공법상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다 해도 인근 주민이 주거 소유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태양반사광 피해 저감 방안을 시행하고 손해배상 및 위자료 지급을 주문하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사옥 신축 전후로 태양광에 의한 빛반사 시각장애 발생가능 총 시간이 증가됐다고 보기 어려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는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태양반사광에 몇 시간 이상 노출돼야 하고 신체적 피해, 정신적 피해 발생에 관한 의학적 연구 자료나 사례가 없음 ▲입주민들의 시력이 저하되는 등 A사옥 신축 전후나 인근 주민들과 비교해 건강이 유의미하게 나빠졌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음 ▲A사옥과 B아파트가 위치한 중심상업지역은 고층건물의 신축이 항상 예정돼 있고 A사옥과 같은 통유리 공법은 널리 이용되고 있음 ▲A사는 사옥을 신축하면서 공법상 규제를 모두 준수했다는 등의 이유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가 참을 한도를 넘지 않았다고 판단해 손해배상청구와 방지청구를 배척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태양반사광 손해배상청구 및 방지청구에 관한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2심 재판부에 환송, 원고인 입주민들과 원고승계참가인들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했다.

구체적으로 “B아파트 C동과 D동 창문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 빛반사 밝기가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2만5000cd/㎡의 약 440배 내지 2만9200배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고 각 세대 창문을 기준으로 연중 7개월가량 대략 1일 약 1~2시간, 연중 많게는 9개월가량 대략 1일 1~3시간 태양반사광이 눈에 유입되므로 그 기간이 상당하다”며 “원고 등이 빛반사 시각장애로 인해 안정과 휴식을 취하는 등 자연스러운 주거 생활을 방해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비록 A사옥과 B아파트 모두 중심상업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나 B아파트가 A사옥보다 먼저 건축돼 있었고 두 건물이 위치한 지역은 대부분 아파트, 주택 등 주거가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으며 A사옥과 같이 건물 외벽 전체를 통유리 공법으로 건축한 건물은 해당 지역에서 A사옥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고는 이 지역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예외적인 건축기법으로 사옥을 신축하면서 회사를 위한 브랜드 홍보만을 고려했고 주위 거주자들에 대한 빛반사 침해를 줄이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에서 태양반사광이 아파트 거실이나 안방과 같은 주된 생활공간에 어느 정도의 밝기로 얼마 동안 유입돼 눈부심 등 시각장애가 발생하는지와 태양반사광으로 인해 아파트의 주거로서의 기능이 훼손돼 참을 한도를 넘는 생활방해에 이르렀는지 등을 직접적으로 심리했어야 함에도, 생활방해를 시력 저하 등 건강상 피해와 주거 내에서 독서나 바느질 등 시각 작업 등의 방해로 좁게 봐 이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가 참을 한도를 넘지 않았다고 단정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에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및 방지청구에 대해 다시 심리·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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