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인사위원회에서 사원 징계를 심의·의결하도록 정한 자치관리 아파트 취업규칙과 달리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관리소장을 해고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또 관리소장의 취업규칙 적용여부를 두고 법적 다툼이 이어졌으나 법원은 관리소장이 근로자로서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고양시 A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B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원고와 A아파트 대표회의 사이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해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해 중앙노동위원회의 항소를 기각했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8년 6월 개최한 회의에서 ‘징계위원회 개최에 관한 건’으로 관리소장 B씨에 대한 해고를 의결하고 이를 통지했다.

A아파트 취업규칙은 사원징계에 관한 심의·의결권은 인사위원회에 있고 인사위원회는 관리소장을 포함한 동대표 임원으로 구성하며, 징계심의는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대표회의 임원들이 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 근로자가 이의를 제기한 경우 근로자에게 징계처분 5일 전 적절한 방법으로 징계위원회 회의 일시, 징계 내용, 소명 자료 준비 기회를 줘야 하고 10일 이상 근로자가 징계절차에 대해 적절한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징계위원회의 이 절차를 생략하고 징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소장 B씨는 ▲징계사유로 삼은 내용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설령 징계사유가 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관행적이거나 경미한 사안에 불과 ▲취업규칙에 따른 별도의 징계위원회가 아닌 대표회의에서 해고를 결정했으므로 절차적으로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양정이 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징계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B씨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1심 재판부는 “취업규칙에 따라 사원징계를 위해서는 대표회의 임원인 회장, 감사, 이사와 더불어 관리소장까지 위원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심의·결정이 필요함에도 원고 B씨에 대한 징계심의·의결은 대표회의에서 이뤄져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원고에게 이의신청 기회 및 소명자료 준비 기회를 주지 않았고 원고가 이의신청을 했음에도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B씨의 손을 들어줬다.<본지 제1306호 2020년 8월 24일자 게재>

중앙노동위원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자치 소장은 근로자 아닌
관리자·수임인” 주장에
법원, 소장의 근로자지위 인정

피고측 보조참가인인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자치관리를 하고 있어 관리소장은 관리주체로서의 지위와 관리소장으로서의 지위를 겸유하고 있으므로, 대표회의 의결로 선임 또는 해임되고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로서 자치관리기구의 직원에 대한 임용 및 징계 주체가 되는 것이지 그 대상이 아니어서 취업규칙의 적용대상자가 아니다”라고 변론했다.

또 B씨를 관리소장으로 선임하면서 B씨와의 사이에 위임계약이 아니라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B씨에게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B씨가 관리소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대표회의는 B씨가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해임할 수 있으며, 반드시 취업규칙에 따라 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B씨가 ▲대표회의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취업규칙을 성실히 준수할 것을 서약하고 근로계약서에 명기되지 않은 사항은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규와 취업규칙에  따르기로 약정한 점 ▲대표회의로부터 기본급과 수당 등 고정된 급여를 지급받았고 근로소득세 및 4대보험료 등이 원천징수된 점 ▲공동주택관리법령상 관리주체에 해당하는 관리소장의 지위에서 관리업무를 집행했으나 집행과정에서 대표회의로부터 업무 지휘·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B씨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입주자등이 자치관리할 것을 정한 경우 대표회의가 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관리소장을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로 선임하고 대표회의는 의결로 자치관리기구 직원을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소장이 입주자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표회의에서 의결하는 공동주택의 운영, 관리 등의 업무를 집행한다고 정하고 대표회의를 대리해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러한 규정들은 대표회의가 내부적으로 관리소장을 선임 또는 해임하는 방법을 정하는 한편, 관리소장이 관리를 위해 집행할 수 있는 대내외적인 업무 및 권한 범위를 정하고 업무 성격상 관리소장이 대표회의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함을 법정한 것이지 규정들만으로 대표회의와 관리소장의 개별적인 계약관계가 규율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기해 관리소장이 대표회의에 의해 선임 또는 해임되고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함을 이유로 곧바로 원고와 대표회의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 계약을 근로계약과 위임계약이 혼합된 계약으로 봐 원고가 대표회의에 대해 수임인 또는 수임인과 유사한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거나 원고가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던지 취업규칙상 정해진 징계절차와 무관하게 대표회의 의결만으로 곧바로 해임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또 대표회의가 취업규칙 위반을 징계사유로 하는 징계절차를 진행해 B씨에게 해고를 통보한 모순도 꼬집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취업규칙상 징계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도 살폈다. 재판부는 “소장을 포함한 대표회의 임원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가 사원의 징계를 심의 결정토록 한 취업규칙과 달리 이 사건 해고는 인사위원회가 아닌 대표회의에서 이뤄져 징계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고 일축했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한영화 변호사는 “2심에 이르러 참가인인 대표회의에서 관리소장의 근로자 지위를 두고 다퉜는데, 2심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은 근로자가 아닌 위임계약에 따라 자치관리 관리주체로서의 지위(위임계약상 수임인)와 관리소장으로서의 지위를 겸유하고 있으므로 취업규칙의 적용대상자가 아니다’라고 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관리소장의 근로자 지위가 인정된 것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A아파트의 경우 취업규칙에 인사위원회 심의·의결을 징계절차로 명시해 재판에서 대표회의 의결로 한 해고가 부당해고로 인정된 만큼 취업규칙 규정에 따라 대표회의의 소장 징계 의결 적법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같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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