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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쉼표 하나, 여수 예술의 섬 장도[주말에 가볼까?] 303. 전남 여수시
승인 2021.01.04 10:45|(1323호)

대한민국은 ‘섬 공화국’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은 유인도 472개를 포함해서 3300개가 넘는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바다에 별처럼 떠 있는 섬 가운데 이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어디일까. 여수 앞바다에 있는 장도를 떠올린 건, 이곳의 다른 이름이 ‘예술의 섬’이기 때문이다.

장도는 주민 사이에서 진섬으로 불린다. 지금도 주민들은 웅천친수공원과 장도를 잇는 노두를 ‘진섬다리’라 한다. 1930년 초 정채민 씨 일가가 입도하면서 장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이 작은 섬에서 농사짓고 갯것 잡아 자식을 키웠다. 그 세월이 무려 80여년이다.

소박하던 섬마을이 예술의 섬으로 거듭난 건, GS칼텍스가 사회공헌사업으로 망마산과 장도를 연계한 예울마루를 조성한 결과다. 2012년 공연과 전시를 위한 복합 예술 공간이 문을 연 데 이어, 2019년 장도가 예술의 섬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돌아왔다. 여행자에게 일상 속 쉼표가 될 예술의 섬, 장도는 그렇게 태어났다.

진섬다리

장도에 들어가려면 예나 지금이나 진섬다리를 건너야 한다. 주민들이 육지로 나오고 섬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던 노두다. 예전보다 세련되고 양옆에 가드레일이 생겼지만, 여전히 하루 두 번 바다에 잠긴다. 여행자는 불편하겠지만, 의도한 불편 덕분에 섬이 섬으로 남아 과거를 기억한다. 장도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활짝 열려 있다. 만조에 따른 진섬다리 통제 시간은 예울마루 홈페이지(www.yeulmaru.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섬은 섬이다. 짧은 진섬다리를 지나 장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육지에서 직선거리로 200m 떨어진 곳이지만, 배 타고 바닷길 달려 만난 섬에 들어설 때처럼 설렌다. 그게 섬의 속성이다. 육지와 물리적인 거리는 말 그대로 거리일 뿐. 거리가 아무리 가까워도 섬은 섬이다.

최병수 작가의 얼솟대
장도 커피모형 조형물

예술의 섬이라는 별칭처럼 장도 곳곳에 예술 작품이 많다. 산뜻하게 정비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해도 잘 꾸며진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온 기분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러니 이곳에선 산책보다 관람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지붕 없는 미술관’ 장도 관람은 섬 입구 안내센터에 들러 안내지도 한 장 드는 데서 시작한다.

장도 관람로는 3개 코스로 나뉜다. 길이에 따라 ‘빠른 코스’, ‘보통 코스’, ‘여유로운 코스’로 구분했지만, 해안선 길이가 1.85㎞인 자그마한 섬이라 별 의미가 없다. 걷다 보면 결국 전체 구간을 걷게 마련이다. 굳이 대표 코스를 꼽으라면 보통 코스와 빠른 코스를 연계해 돌아보기를 권한다. 이 코스를 따라가면 창작스튜디오가 있는 서쪽 해안로(보통 코스)를 지나 우물쉼터까지 이동한 뒤, 전망대와 장도전시관, 잔디광장 등 대표 스폿을 모두 거쳐 안내센터가 있는 장도 입구로 돌아온다.

장도 전망대

바다를 보며 잠시 쉴 수 있는 허브정원과 다도해정원도 코스에 포함된다. 전망대로 가는 짧은 경사를 제외하면 평지나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고, 도로가 깔끔히 포장돼 보행 약자도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 장도전시관 출입구에도 휠체어 이동에 불편을 줄 만한 장애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섬 동쪽 숲을 지나는 여유로운 코스(둘레길)와 전망대 가는 길은 장도전시관 남쪽 입구 앞에서 갈린다. 여유로운 코스를 따라 섬이 품은 예쁜 숲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도전시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월요일 휴관).

여수를 대표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이순신 장군이다. 장도에서 마주 보이는 망마산 너머에 여수 선소유적(사적 392호)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나대용 장군과 함께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곳이다. 거북선을 만들고 수리한 굴강, 대장간, 수군을 지휘하던 세검정 등이 남았다. 망마산 기슭 예울마을 공연장에서 여수 선소유적까지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도 된다.

고소천사벽화마을

고소천사벽화마을은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주민과 여수시가 합심해 조성한 공간이다. 진남관에서 고소동을 거쳐 여수해양공원까지 길이가 1004m에 이르러 붙은 이름이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와 허영만 화백의 작품 등을 볼 수 있는 벽화, 여수 통제이공 수군대첩비(보물 571호)와 타루비(보물 1288호)가 있는 고소대, 정오를 알리는 대포를 쏜 오포대 등 볼거리가 많다. 지금도 주민이 이용하는 골목 따라 구석구석을 누비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향일암(전남문화재자료 40호)은 여수 돌산도 남쪽 끝에 솟은 금오산 자락에 자리한다. 일출 명소로 알려진 향일암은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와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 기도 도량으로 꼽힌다. 1300여년 전 원효대사가 원통암으로 창건한 뒤 고려 시대에는 금오암으로 불렸으며, 조선 시대 인묵대사가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을 담아 향일암이라 이름 지었다. 어른 한 명이 간신히 지날 수 있는 해탈문, 원효대사가 수행 정진한 좌선대 등이 남았다.

글·사진: 정철훈(여행작가)
출처: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korean.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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