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결정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동대표 겸 입주자대표회의 총무이사에 대한 해임요청서가 접수돼 해임절차에 들어갔으나, 법원은 이 요청서에 해임 동의자들의 이름 등 정보가 모두 가려져 있어 입주자 등의 진정한 의사인지 알 수 없다며 해임절차 개시가 위법하다고 봤다.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재판장 이건배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화성시 A아파트 동대표 겸 입주자대표회의 총무이사 B씨가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지위보전가처분 신청사건에서 “대표회의는 B씨의 동대표 해임 무효확인청구 사건의 본안판결 확정시와 B씨의 동대표 및 대표회의 임원으로서의 잔여 임기 만료일 중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 동대표 해임투표 선거절차 및 해임투표 절차에 따른 보궐선거절차를 중지하고, B씨가 동대표 및 임원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B씨는 2019년 6월부터 A아파트 C동 동대표로 선출됐고 총무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2020년 7월 선거관리위원회에 B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요청서가 접수됐다. 그런데 해임요청서에는 작성자 기재가 없고 C동 입주민 10명이 B씨의 해임에 서면으로 동의한다는 취지로 연명한 서면동의서가 첨부됐으나 동의자들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가 모두 가려져 있었다.

해임요청서에 기재된 해임사유는 ▲2019년 1월, 8월, 9월 총 3회에 걸쳐 회의가 없는 날 식대를 관리비로 처리해 입주민에게 손해를 끼치고 참석자를 명기하지 않음 ▲2019년 3월, 6월, 2020년 1월 총 3회에 걸쳐 2차 비용까지 관리비로 처리해 입주민에게 손해를 끼침 ▲불필요한 숨수건(화재대피용)을 비싼 가격으로 구입 ▲청소업체 입찰에 부당 개입해 관리주체의 고유 업무를 방해하고 특정 업체를 부당 지원하는 등 관리규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달 선관위는 B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투표를 실시하기로 의결하고 이를 공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아파트 관리규약은 동대표의 해임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B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투표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동대표로서의 업무수행에 대해 관리규약에서 정한 해임사유가 존재해야 한다”며 “앞의 3개 해임사유는 B씨가 총무이사 지위에서 한 행위에 관한 것이므로 B씨를 총무이사 지위에서 해임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동대표 지위에서 해임할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해임사유로 든 회식비 및 식대 중 일부는 B씨가 총무이사 임기를 개시하기 전의 행위로서 B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나머지는 대표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고사목 수량 파악, 교육 참석, 대표회의 운영방안 회의 등 업무수행을 위해 지출한 것이며 그 지출에 대표회의 의결이 있었거나 관리규약이 정한 범위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B씨가 식대 등 지출에 참석자 명부 제출을 누락한 것에도, 지출 범위가 관리규약이 정한 허용한도를 초과하지 않아 위반 정도가 해임의 책임을 물을 정도로 중하다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숨수건 지출은 대표회의 의결에 따른 것일 뿐인 점과, 청소업체 입찰과 관련한 관리주체 업무 부당개입은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특히 해임절차에 관해 “관리규약에 의하면 해임 대상 동대표의 선거구 입주민 등 10분의 1 이상이 서면동의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동대표 해임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 사건 해임요청서에는 서면동의서를 제출한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어 입주자 등의 진정한 의사에 의해 해임요청서가 제출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해임절차 개시도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B씨에 대한 해임투표가 계속 진행되는 경우 해임투표 효력 유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심화돼 입주민 등에게도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큰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춰 이 사건 신청은 보전 필요성도 소명된다”며 B씨의 지위보전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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