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게시한 동대표 해임 투표 공고문을 당사자인 동대표가 떼어낸 것에 법원이 재물손괴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판사 김정웅)은 경기 고양시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난해 5월 동 엘리베이터 벽면에 부착한 ‘동대표 해임 투표 공고문’을 뜯은 혐의로 기소된 해임 투표 당사자 동대표 B씨에 대한 재물손괴 선고심에서 “피고인 B씨를 벌금 50만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물손괴 혐의에 동대표 B씨는 “게시물 1장을 제거한 사실은 있으나 당시 제거한 게시물은 ‘동대표 해임 투표 공고문’이 아니라 ‘내 재산은 내가 지킵시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이었다. 나는 이를 제거한 다음 관리소장에게 갖다 줬고 관리소장의 승인을 받았으므로 이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서 한 행동으로서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리규약이나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계 법령에 비춰볼 때 동대표 해임 투표 공고문을 승강기에 부착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적법하게 구성되지 않았다. 설령 당시 제거한 게시물이 해임 투표 공고문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권한 없는 자들에 의해 무단으로 게시된 것이어서 재물손괴의 대상이 되지 않거나 관리소장의 동의를 받아 제거한 것으로서 정당행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인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상호간에 진술이 일치한 점과 승강기에 동대표 해임 투표 공고문이 부착될 당시 현장에 있던 증인이 촬영한 동영상에 의해서도 뒷받침이 되는 등 신빙성이 있는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 B씨가 해임 투표 공고문을 제거해 효용을 해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공고문을 부착한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 과정에서 실체상, 절차상 하자로 인해 적법하게 구성되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선관위의 의뢰로 부착된 공고문은 형법 제366조에 규정된 재물손괴죄의 객체인 ‘재물’에 해당한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선관위가 적법하게 구성되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공고문을 부착하거나 동대표 해임 투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라고까지 볼 수는 없고, 피고인 B씨로서는 가처분이나 민사소송 등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 충분히 동대표 해임 투표 절차 진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 B씨가 공고문을 제거하기까지 한 것은 그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범행 당시 공고문을 임의로 제거해 손괴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재산 피해 정도 ▲B씨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해임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그에 따라 ‘대표회의는 B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투표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이 내려진 점 등 여러 사정들을 참작해 B씨를 벌금 50만원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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