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법원 “입대의가 지휘 안 해”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경비원이 휴게시간 중 주차관리, 경비업무 등 업무를 수행했다며 입주자대표회의에 연장근로수당 등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일부 입주민의 지시·민원일 뿐 대표회의 지휘·감독 아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최형표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강남구 A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한 B씨 등 46명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휴게시간 중 근로 주장을 인정하지 않아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청구는 기각하면서도, 최저임금 차액분, 산업안전보건교육과 관련한 미지급 임금 청구는 받아들여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경비원 B씨 등은 “식사 휴게시간 및 야간 휴게시간에도 사용자인 대표회의의 지휘·감독 아래 경비초소에서 식사를 하거나 가면을 취하면서 경비업무, 택배 보관, 재활용품 분리수거, 주차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음에도 대표회의는 1일 18시간 근무한 것을 기준으로 해 산정한 임금 및 법정수당만 지급해왔다”며 휴게시간 근로를 전제로 해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및 퇴직금 지급을 구했다.

또한 “일부 경비원은 격일제 방식으로 1일 18시간 근무했는데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받았고, 대표회의로부터 근무시간 외에 매월 2시간씩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았음에도 교육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최저임금 차액분과 매월 교육 2시간분의 미지급 임금을 구했다.

반면 대표회의는 “경비원들은 휴게시간 동안 경비초소 내에서 개인적으로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므로 휴게시간 동안 근로했다고 볼 수 없고 일부 입주민들이 휴게시간에 경비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업무를 부탁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대표회의가 경비원들을 지휘·감독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경비원들 중 실제로 산업안전보건교육에 참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실제 교육 소요시간도 10~20분밖에 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경비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2017년 5월 대표회의와 임금교섭을 하면서 향후 휴게시간 및 휴게장소에 대한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므로 합의에 반해 제기된 소는 부적법하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대표회의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해 “노동조합이 대표회의와 임금교섭을 하면서 향후 휴게시간 및 휴게장소에 대한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미 발생한 임금채권을 포기한다는 근로자의 의사표시는 엄격히 해석해야 하고 합의는 전체적인 문언상 ‘대표회의는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조합은 휴게시간 및 휴게장소에 대한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적인 효력만을 가진 합의로 해석된다”며 “합의 존재만으로 조합원들이 휴게시간과 관련된 임금채권을 포기하겠다거나 향후 임금채권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비원들의 휴게시간 중 근로 주장에는 “피고 대표회의가 휴게시간에 원고들에게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했다고 볼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 대표회의가 휴게시간에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바는 없으며 원고들이 야간 휴게시간에 수면을 취한다고 해서 이를 지적하거나 징계대상으로 삼은 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이를 토대로 “원고들은 경비팀장이나 안전팀장이 원고들을 상대로 소집교육을 하면서 경비초소에서 불을 끄지 말 것, 휴게시간에 환복하지 말 것, 24시간 동안 무전기 및 인터폰에 응할 것, 야간 휴게시간에 가면을 취하는 방식으로 대기할 것 등을 지시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들이 야간 휴게시간에 경비초소의 불을 끄고 수면을 취한다고 해 입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간혹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한 경우도 있었으나 피고 대표회의가 이를 이유로 원고들에게 시정을 명하거나 불이익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리실민원접수서에 의하면 입주민들이 야간 휴게시간에 승강기 고장 등 민원사항이 있을 경우 경비원들에게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설령 민원을 받은 경우가 있었더라도 그 빈도가 매우 낮아 원고들이 휴게시간에 상시적으로 근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주차관리업무와 관련해 “입주민들이 원고들의 휴게시간을 정확히 알지 못해 원고들의 휴게시간에 주차관리를 맡기는 경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입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주차관리 등의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들을 지휘·감독했다거나 구속력 있는 지시·명령을 했다고 보긴 부족하다”며 “이 아파트 주차구역이 협소해 야간에는 아파트 주차구역 내에 차량을 주차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입주민들은 그 무렵부터 아파트 주변 도로 등에 주차를 했으므로, 원고들이 야간 휴게시간에 주차관리를 하는 빈도는 낮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경비원에게 주차관리를 맡기는 입주민들이 3~5만원의 수고비를 지급한 사실도 언급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들이 휴게시간 동안 근로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봤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차액분 및 산업안전보건교육 미지급 임금 청구에는 “원고들 일부가 피고 대표회의로부터 받은 임금 중 일부는 최저임금에 미달함이 명백해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들에게 최저임금 미달액을 지급하라”며 “원고들이 매월 2시간씩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나, 피고 대표회의도 매월 10~20분씩 교육을 실시했음을 자인하고 있어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들에게 매월 20분의 교육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경비원들 중 35명은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