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권한 없는 입대의와 관리계약 ‘부적합’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혼합주택단지의 주택관리업자 선정은 임대사업자·입주자대표회의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공급면적 1/2 초과 관리자가 결정권한을 갖는다. 그럼에도 대표회의와 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사업자가 선정한 업체에 인수인계를 거부한 관리업체에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안종화 부장판사)는 최근 혼합주택단지인 서울 강서구 A아파트의 위탁관리업체 B사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당업자제재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B사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SH공사와 대표회의는 상호 협의 하에 B사를 주택관리업자로 선정했고 2016년 11월 SH공사는 B사와의 사이에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11월 SH공사는 대표회의에 ‘관리계약이 2017년 11월 15일자로 만료됨에 따라 주택관리업자 선정방법을 논의하고자 하니 만료일까지 일정 등에 관해 회신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대표회의는 이 기간까지 회신하지 않았다. 이에 재차 회신 요청을 하면서 ‘2017년 12월 15일까지 회신이 없는 경우 SH공사가 관련 법령에 따라 한 주택관리업자 선정 결정에 이의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입찰방법과 낙찰방법 등을 결정해 회신하겠다’는 통지를 했다.

그러자 대표회의는 입주민 전원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해 2017년 12월 1일 동대표 전원 찬성으로 B사를 다시 관리업체로 선정하기로 의결했으며, 이를 SH공사에게 통지했다.

SH공사는 대표회의에 ‘이번 의결은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효력이 없고 수의계약을 통해 다시 B사를 관리주체로 선정하는 방안에 동의할 수 없으므로, 대표회의는 SH공사가 제시하는 입찰방법(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상 전자입찰)과 낙찰방법(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낙찰자 결정)을 선택해야 하며 이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을 경우 SH공사가 업자를 선정해 고지하겠다’는 통지를 했으나, 대표회의는 통지에 회신하지 않았다.

SH공사는 지난해 3월 대표회의에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상 전자입찰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취지의 통지를, B사에게 ‘후임 업자를 선정·통보할 때까지 관리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며칠 뒤 대표회의는 B사와의 사이에 위·수탁 관리계약을 계약기간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하기로 정해 체결하고 SH공사에게 재계약이 체결됐음을 통지했다.

SH공사는 지난해 5월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용역입찰공고를 하고 낙찰자인 C사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또 B사에게 인수인계에 협조해 달라는 통보를 했으나, B사는 ‘재계약에 따라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있으며, 관리업무에 대해 계약을 체결한 대표회의와 협의해 달라’는 통보를 하면서, 직원을 동원해 C측 인원의 출입을 통제하고 인장 및 서류 일체의 양도를 거부했다.

SH공사는 지난해 6월 B사 등에 대해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했으며, 법원은 간접강제를 제외한 나머지 신청을 모두 인용하는 결정을 했다.

또한 SH공사는 지난 1월 B사가 ‘관리계약을 위반하고 낙찰자의 계약이행을 방해했으며, 혼합주택단지 공동결정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3개월의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했다.

이에 B사는 “SH공사가 주장하는 계약 위반은 2018년도 사업계획서 및 예산서 제출요구에 따르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SH공사로부터 재계약거부를 통보받은 B사에게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구에 해당하므로 관리계약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누구에게 적법한 관리권한이 있는지 소송이 진행 중이었고 대표회의와의 계약에 따른 적법한 관리권한이 존재한다고 신뢰해 재계약에 따라 단지를 관리했던 것이며, 가처분 결정에 따라 즉각 C사에게 인수인계까지 했다”고 말하면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 B사는 관리계약에 따라 피고 SH공사나 피고가 지정한 자가 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관리업무를 계속 처리해야 하고 계약 기간 역시 그에 맞춰 연장되므로 2018년도 사업계획서 및 예산안을 제출할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원고 B사의 의무소홀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고 B사가 관리업무 인수인계를 거부해 낙찰자인 C사가 업무시작일로부터 한참 지난 뒤에야 계약을 이행할 수 있게 돼 원고 B사의 행위는 C사의 계약이행을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혼합주택단지를 위탁관리 하고자 할 경우 원칙적으로 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가 공동으로 업자를 선정해야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당 단지 공급면적의 1/2을 초과하는 면적을 관리하는 대표회의 또는 임대사업자가 최종적인 결정권을 갖게 된다”며 “A아파트 주택관리업자 선정방식에 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때에는 총 공급면적의 1/2을 초과하는 면적을 관리하는 피고 SH공사가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계약의 발주기관으로는 피고 SH공사만이 기재돼 있고 피고 SH공사가 원고 B사 및 대표회의에 공동주택관리법 및 시행령에 따라 결정권한을 갖는다는 것을 계속 고지해 원고로서도 이미 피고의 결정권한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원고와 대표회의 사이의 재계약은 주택관리업자 선정권한이 없는 자와 체결한 것이어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도 ▲2018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 미제출로 B사가 6개월 넘게 SH공사의 관여 없이 관리업무를 영위한 점 ▲C사가 B사로 인해 업무를 50일간 수행하지 못해 B사의 행위로 입찰질서가 상당히 저해된 점 ▲제재처분 사유 중 계약을 위반한 부분에 관해 지방공기업법 시행규칙 등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으로, 처분사유 중 낙찰자 계약이행을 방해한 부분에는 ‘2개월 이상 4개월 미만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으로 각각 규정해 제재기준에 부합한 점 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불어 B사는 SH공사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위탁수수료를 지급한 것을 이유로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될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 SH공사는 원고 B사에게 후임 업자가 업무를 개시할 때까지 관리업무를 수행해 달라고 요청했고 후임 업자와의 계약이 체결되자 곧바로 인수인계를 하라고 통보해 위탁수수료 지급을 이유로 묵시적 계약 갱신 신뢰를 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B사는 항소를 제기했으나 이후 항소를 취하해 8월 15일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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