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소비 트렌드는 변한다. 소비 트렌드는 한국사회 소비생활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기업들도 이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

몇 년 동안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價性比)’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했다. 값비싼 가격의 제품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가성비 높은 제품들이 소비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마음을 안정시키고 만족시키는 높은 제품, 바로 ‘가심비(價心比)’를 앞세운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심비는 가성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마음’을 더한 신조어다.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감을 나타내는 말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거나 성능 면에서 조금 떨어져도 구매했을 때 만족감이 크고 안심이 되는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는 말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전망한 올해의 소비 트렌드 중 하나가 이 ‘가심비’였다. 그 전망대로 올해 비슷한 신조어들이 함께 큰 유행을 탔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 내가 좋다면 가격을 안 따진다는 ‘나심비’,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등 유행어들이 궤를 같이 한다.

이렇게 올해 소비유통업계를 강타한 가심비 열풍은 부동산,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가심비가 잘 반영된 대표 사례가 아파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단독주택보다 아파트를 더 찾을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치를 비용이 크더라도 만족하고 안심할 수 있기에 아파트 등을 선호했다고 설명한다.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넘어 심리적 만족감이 높은 주택을 선택하는 현상들이 두드러지게 보였다는 분석이다.

가심비를 갖춘 아파트는 어떤 아파트일까. 미래의 재테크 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했겠지만 그런 아파트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말하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여러 주거요소를 갖춘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커뮤니티와 함께 편리한 주거활동으로 만족도가 높은 아파트가 많이 선택받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심비 중시의 소비 트렌드는 불신사회가 가속화되면서 불안, 불황에 시달리는 소비자가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짐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심비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는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아파트를 선택하는 가심비의 중요 요소의 하나가 관리다. 공동주택 전문가들은 관리 분야에도 영향을 줘 삶의 질을 따지려는 수요층이 두터워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얼마만큼 빠르게 다가올까. 아직은 체감의 강도가 약하지만 앞으로 공동주택 관리 분야의 트렌드 변화가 기대된다.

가심비만이 아니라 소확행도 관리 분야에 영향을 줬다. 공동주택 관리의 요소들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작지만 깊은 인상을 주고 그것이 입주민들에게 행복감을 준다. 관리 분야 종사자들이 명심할 키워드다. 입주민들은 앞으로 단순하게 가성비만 찾지 않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최저가’에 길들여져 있는 공동주택 관리업계와 정책 당국자들의 깊은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트렌드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 미래는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처하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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