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라돈의 공포가 이번엔 부산 대단지 아파트를 덮쳤다. 전주의 한 신축아파트 건축자재에서 촉발된 ‘라돈 아파트 공포’는 수원 광교신도시를 거쳐 부산으로 무대를 옮겼다.

침대, 생리대, 온수매트에 이어 라돈 충격의 연속이다. 잇단 라돈 검출로 생활 속 방사선 노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실 이번 ‘라돈 아파트 논란’은 이전의 것들과는 양상이 다르다. 침대는 매트리스를 버리면 되고, 생리대 등은 안 쓰면 된다. 하지만 아파트는 버릴 수도 없다.

라돈은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흡연에 이어 폐암 발병 원인 2위로 꼽힌다. 담배 한 번 피우지 않은 이들이 폐암에 걸리는 이유 중 하나로 ‘라돈’이 지목되고 있다. 라돈은 무색무취한 자연방사능 물질로 주로 건물 바닥과 하수구, 콘크리트 벽의 틈새를 통해 생활공간으로 침투한다. 공기 중을 떠돌다 호흡을 통해 폐에 쌓인다. 이 때 방사선을 뿜어내 폐 세포변이를 일으킨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인테리어용 ‘대리석 자재’다. 부산 강서구의 한 입주민이 자신이 직접 구입한 라돈 간이측정기로 자신의 집 화장실과 현관 대리석 위에서 라돈을 측정한 결과 실내 권고 기준치의 5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됐다는 것에서 시작돼 공론화됐다.

주민 불안이 커지자 시공사로부터 정밀측정 의뢰를 받은 한국환경기술원과 부산시가 나섰다. 부산시의 측정 결과 이 아파트의 라돈 수치는 정상치 안에 있는 걸로 발표됐다. 부산시는 간이측정과 측정값이 30배 이상 차이 나는 이유로 간이측정의 잘못된 측정방식을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대리석에는 화강암 성분이 있어 라돈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부산시의 이런 설명에 공감하지 못했다. 입주민들은 시의 측정방식에 이의를 제기했고, 또 대리석 자체에서 라돈이 검출되는 것이 문제인데 부산시가 ‘공기 질’ 측정 방식으로 본질을 흐렸다고도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런 의견에 힘을 보태고, 주민들의 생활 방식에 따라 인체 유해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이 여전히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당국의 공식발표를 불신하자 부산시는 하루 만에 이를 수용해 전면 재조사에 나서기로 급선회했다. 또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약속했다. 혼선을 빚었지만 그래도 빠른 판단이었고, 바람직한 전환이었다.

‘불안’이 더 커지기 전에 속도를 내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당국의 역할이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다른 아파트와 비교측정이나 측정지점, 측정방식의 설정 등 주민들의 신뢰를 좀더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측정과 실험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논란을 끝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입주민들의 건강과 공감이다. 내년 5월 입주 예정인 광교아파트의 경우도 문제의 석재가 이미 상당부분 시공된 상태였지만 전부 뜯어내 재시공을 했다. 주민들의 건강과 아파트의 가치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번 사태는 부산만이 아니라 다른 아파트 등의 건축 자재에도 검출될 수 있는 문제이기에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보다 투명하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조사와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생활방사선 물질을 통합관리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빠른 시일 내 정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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