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에서 공공하수처리시설 대신 자체 설치한 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고 공공하수관거만 이용하고 있음에도, 거제시가 공공하수처리시설 미이용 단지 입주민에게 이용 입주민과 같은 사용료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정석원 부장판사)는 최근 경남 거제시 A아파트 등 10개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와 A아파트 상가번영회가 거제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하수도사용료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들에 대해 한 하수도 사용료 부과내역 기재 각 하수도 사용료 부과처분을 각 취소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거제시는 관할구역 내에서 배출되는 하수를 종합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공공하수처리시설을 가동하면서, 하수도 사업비 재원을 확보할 목적으로 하수도 사용료를 책정해 A아파트 등의 구분소유자들에게도 매월 정기적으로 하수도 사용료를 부과했다.

거제시는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A아파트 등 입주자들에 하수도 사용료를 부과했는데, A아파트 등은 각 단지별로 하수처리시설(정화조)이 자체적으로 설치돼 있어 공공하수처리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시설을 사용해 하수를 정화처리하고 있다. 다만 자체 하수처리시설에서 정화된 하수는 공공하수관거를 이용해 배출되고 있다.

이에 A아파트 등은 “피고 거제시장이 설치·운영하고 있는 공공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단지별로 자체적으로 설치한 시설을 통해 하수를 정화 처리해 배출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구 거제시 하수도 사용 조례에 따라 공공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다른 단지들과 동일하게 상수도 급수량에 비례해 획일적으로 하수도 사용료를 부과했다”며 “이 사건 조례는 자체 시설을 설치한 사용자와 그렇지 않은 사용자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료를 부과토록 해 위법하고, 위법한 조례에 기한 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수도법 및 시행령은 지자체 조례로 공공하수도 점용료 또는 사용료를 정하는 경우 공공하수도의 사용에 대해 공공하수도의 유지관리비, 감가상각비와 시설을 위한 차입금의 이자 및 그 밖에 사업의 계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합산한 금액 범위에서 사용자가 공공하수도에 내보내는 하수의 양, 하수의 질 및 사용형태를 고려해 사용료를 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거제시 조례는 ‘하수도법에 따른 공공하수도 사용료는 법 제15조에 따라 사용 공고된 배수구역(또는 하수처리구역)을 대상으로 징수한다’, ‘공공하수도 사용료는 공공하수도로 배출하는 하수의 양과 업종에 따라 산정기준에 맞춰 부과·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조례에서 피고 거제시장이 설치한 공공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주민들에 대해서도 이를 이용하는 주민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하수도 사용료를 부과토록 규정한 것은 사용자의 사용형태를 고려해 사용료를 부과토록 한 모법의 위임에 반해 규정된 것으로 이러한 범위 내에서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거제시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유지관리 비용이 공공하수관거의 유지관리 비용보다 더 많이 지출돼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이용 여부가 공공하수도 사용료 산정에 있어 더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며 “그런데 이 사건 조례는 공공하수도 사용료를 산정함에 있어 사용형태에 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합리성과 타당성을 현저히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수도법 및 시행령에 의하면 공공하수도관리청에 대해 사용자가 공공하수도에 내보내는 하수의 양, 하수의 질 및 사용형태를 고려해 사용료를 정할 것을 지자체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 사건 조례는 사용자가 공공하수도에 내보내는 하수의 질 및 사용형태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모범의 위임 취지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거제시장이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사용하고 있는 하수관거에 대한 유지관리비를 부과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 거제시장이 공공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원고들에 대해 이를 이용하는 주민들과 동등한 기준으로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 판결은 거제시장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12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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