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

서울행정법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위탁관리업체의 대리인으로서 관리소장이 직원 인사관리를 하는 등의 규정으로 관리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직원의 사용자’라는 노동위원회 판정과 달리,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니라고 봤다.

인천 부평구 A아파트 관리직원 B·C·D씨는 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E사를 대리하는 관리소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 2015년 1월 체결한 근로계약에는 관리계약이 종료 또는 중도 해지될 경우 근로계약도 자동 해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5년 7월 관리업체 E사에 “직원 B씨가 비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B씨의 교체를 요구하고, 불응 시 관리계약 해지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보냈다.

하지만 E사는 “B씨를 해고할 만한 귀책사유가 없다고 봐 경고조치를 했고, 다만 관리 총괄책임을 맡은 관리소장을 전보조치했다”고 답변했다.

E사의 직원 교체 요구 불응에 따라 대표회의는 회의를 열고 E사의 관리계약을 중도 해지하기로 의결, E사에 이를 통보했다.

E사는 관리직원들로부터 관리계약 중도해지에 따른 사직서를 제출받았다. 관리소장 G씨는 직원 C·D씨에게 중도해지 이후에도 A아파트에서 계속 근로할 것인지를 물었고 C·D씨는 계속 근로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서면으로 밝혔다.

이후 A아파트는 2015년 11월부터 관리방식을 자치관리로 변경했으며, 계약기간이 만료된 B·C·D씨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다른 직원들과는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 H사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하면서 관리방식을 다시 위탁관리로 변경했다.

이에 B·C·D씨는 그해 12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A아파트 대표회의고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B씨 등의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구제신청을 인용,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정을 내렸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오기 전 대표회의는 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2016년 4월 B씨 등을 복직시킨 후 해당 업무 소멸 등을 이유로 B씨 등에게 해고통보를 했다.

B씨 등은 또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해고통보에 관한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인 대표회의의 상시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이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가운데 대표회의는 B씨 등을 해고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며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법원은 대표회의는 근로기준법상 B씨 등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A아파트 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2016년 5월 원고 대표회의와 피고 보조참가인들(B·C·D씨) 사이의 재심신청사건에 관해 한 재심판정 및 2017년 2월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들 사이의 재심신청사건에 관해 한 재심판정을 모두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관리업체 E사는 관리사무소에 관리소장을 임명해 파견하고 관리소장은 공고를 내 관리직원을 직접 채용, 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했다. 관리소장 G씨는 “현재 방침은 과장급과 경리급은 직급에 상관없이 본사 면접을 보도록 한다”고 진술했다.

또 이 아파트 취업규칙은 ▲대표회의는 관리사무소에 임금, 근속수당을 지급한다 ▲대표회의 대표나 구성원은 관리직원들의 임금인상, 포상, 징계를 결정하는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가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재판부는 E사와 관리계약을 체결한 기간에 대표회의를 B씨 등의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원고 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 업무에 일부 관여해 왔음을 고려하더라도 E사가 근로계약 당사자로서 갖는 인사권과 업무지휘명령권 등이 모두 배제 또는 형해화돼 B씨 등과 E사 사이의 근로계약이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것에 불과하다거나 B씨 등과 원고 대표회의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 근거로 이 아파트 관리계약에서 대표회의가 관리업무수행에 부당간섭 시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표회의가 E사에 B씨의 교체 및 직제 개편을 요구했을 뿐 직접 해임 등 인사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또한 “E사는 관리계약 해지를 이유로 관리직원들의 근로계약이 종료됐을 때 직원들에게 미리 그 사실을 통지하고 그들로부터 사직서를 받았다”며 “E사가 B씨 등을 포함한 관리직원들과 근로계약 당사자로서 실제 그들에 대한 인사권이나 근로계약 해소의 책임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리소장이 직원들에 대한 임금이나 4대 보험료 사용자 부담분 등을 관리비 등이 예치된 계좌에서 직접 지출한 것은 절차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원고 대표회의와 E사가 합의하고 계약을 체결한 결과”라며 “이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 대표회의는 B씨 등의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라고 볼 수 없어 원고가 B씨 등을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볼 수 없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제1차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해고통보 당시 대표회의의 상시 근로자수가 5명 이상인지 여부에도 “복직 시기 당시 새로운 관리업체로 선정된 H사가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B씨 등 3명만이 원고 대표회의 소속 근로자로 근무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령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면서 부당해고 구제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는 규정을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만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H사의 업무 형태 및 고용관계가 E사와 동일해 E사 소속 관리직원들과 마찬가지로 H사 소속 직원들의 사용자를 원고 대표회의라고 볼 수 없어, B씨 등 복직 시기에는 B씨 등 3명만이 원고 대표회의 소속 근로자로 근무했으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권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원고 대표회의의 B씨 등에 대한 해고통보는 구제신청대상이라고 볼 수 없음에도 구제신청을 인용한 제2차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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