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대법원

휴게시간 중
경비원 가면상태 보고 등
지휘·감독 사실 인정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야간휴게시간에 경비실 조명을 켜 놓도록 하고 가면 여부 및 조명점등 여부를 보고받는 등 휴게시간에 대해 실질적으로 감시·감독을 한 사실이 있다면, 이를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최근 서울 서초구 A아파트 경비원 B씨 등 5명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 당시 A아파트 경비원들은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 근무하고 그 다음날 쉬는 격일제로 근무했다. 구체적인 근무시간은 18시간, 휴게시간은 총 6시간으로 점심휴게시간 1시간, 저녁휴게시간 1시간, 야간휴게시간 4시간이었다.

대표회의는 경비원 B씨 등 5명에게 근무시간 18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했는데 B씨 등은 대표회의의 지시로 6일 중 4일은 야간휴게시간에 1시간씩 순찰업무를 수행했다.

경비원 B씨는 2014년 1월 대표회의에 “근무초소는 업무공간이지 휴게공간이 아니며, 대표회의가 2012년 4월경 ‘휴게 또는 수면장소 미설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음에도 2년 가까이 시정되고 있지 않으니 빠른 시일 내에 휴게장소를 설치해 주고, 야간휴게시간에 경비실의 불을 켜고 가면(일탈수면)상태로 휴식을 취하도록 한 것은 휴게시간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초과근무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대표회의는 2014년 2월 경비원의 휴게시간 등에 관해 입주민들에게 “경비원은 희망에 따라 경비실과 별도 휴게시설을 이용해 휴게할 수 있습니다. 심야 휴게시간 동안은 순찰조를 편성해 순찰활동을 강화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이틀 뒤 ‘휴게시간’, ‘순찰 중’이라고 기재된 푯말을 제작한 후 근무초소에 부착하도록 했으며 며칠 뒤 경비원 휴게실을 설치하고 경비원들로 하여금 휴게시간 중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대표회의는 관리소장을 통해 문서로 경비원들에게 2011년 1월 동대표 회의 시 제기된 경비원의 근무기강 해이에 대해 즉시 시정을 촉구하면서 특별지시로 야간휴게시간 4시간에 가면상태에서 급한 일 발생 시 ‘즉각 반응’(별도 취침시간, 장소 없음)을 지시했다. 또 2011년 2월과 3월 직원 중요숙지사항을 통해 회의에서 계속 지적되고 있는 사항이라며 야간휴게시간에 가면상태에서 급한 일 발생 시 ‘즉각 반응’을 다시 지시하고 이를 숙지 후에 계속 활용하도록 했으며, 2012년 8월 관리소장의 주요 지시사항으로 ‘심야시간 초소 불 끄고 취침한 행위’에 대해 주민민원이 있음을 전파했다. 2012년 9월 작성된 경비일지에는 ‘심야시간: 가면 상태임, 초소 불 끄고 취침하는 행위 근절’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에 경비원 5명은 “휴게시간에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경비실에서 가면을 취하거나 식사를 했음에도 대표회의가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대표회의는 초과 근무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재판부는 경비원들이 야간휴게시간에 순찰업무를 수행한 것은 초과근무에 해당한다고 본 반면, 나머지 휴게시간은 ▲피고 대표회의의 특별지시, 직원 중요숙지사항은 원고 경비원들이 야간휴게시간 중 긴급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근로에 착수해야 하는 근무형태에 기인한 점 ▲관리직원 조회교육내용에 ‘근무 간 휴식, 잠자는 것이 아니라 휴식(가면)상태 유지’, 주요지시사항에 ‘심야시간 초소 불 끄고 취침’이라고 기재된 것은 민원사항을 전달한 것인 점 ▲야간휴게시간 순찰은 주로 화재사고 예방 및 시설물 안전관리 등을 위한 것으로 경비원들의 가면여부 등 근무실태까지 감시·감독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경비원들 중 일부는 지하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 점 등을 이유로 들어 원고 경비원들의 야간휴게시간 및 식사시간에 관한 피고 대표회의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의 특별지시, 직원 중요숙지시항 등은 경비원들에게 별도의 취침시간과 취침장소가 없다는 전제에서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 내의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를 취하면서 급한 일이 발생할 시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한 점,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 내의 조명을 켜 놓도록 한 점, 야간휴게시간 순찰업무는 경비원마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이뤄지지 않아 나머지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에 방해가 된 점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 경비원들의 야간휴게시간은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식·수면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한 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이라고 밝혔다.

또한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에서 불을 끄고 취침하는 경비원들에 대해 입주민의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됐고 순찰조의 조장이었던 한 경비원은 ‘야간휴게시간에 순찰을 돌면서 근무초소 소등 여부, 경비원 가면상태 여부 등을 관찰해 보고했다’고 진술, 피고 대표회의는 경비원들의 근무평가에서 입주민들의 지적사항을 평가사유로 삼고 있는 점 등을 봐 피고 대표회의가 야간휴게시간 등에 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경비원들이 경비원 휴게실 설치 전 지하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 경우가 있다는 원심 판단에도 “경비원이 사용한 지하실은 방공호로 사용되는 공간으로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닌 점 등을 근거로 경비원들 중 일부가 단지 내에 별도 휴게장소가 없어 부득이 피고 대표회의의 징계 등을 무릅쓰고 지하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 것을 두고 피고 대표회의가 경비원들에게 휴게장소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고 대표회의는 2014년 2월 이전에는 입주민들에게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춰 원고들의 휴게시간 중 상당시간은 실질적으로 피고 대표회의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자유로운 휴식·수면시간의 이용이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원심 판결에 대해 재판부는 “원심으로서는 원고들이 피고 대표회의로부터 근무초소 외에 독립된 휴게공간을 제공받았는지 등에 관해 충분히 심리한 후 원고들이 휴게시간에도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함에도 이를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채 판단을 해 사실관계를 오인하거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하며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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