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화재보험법 의한 의무보험,
피보험자 구분소유자들로 봐야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의 차량 한 대에서 발생한 화재로 공용부분 및 다른 입주민들의 차량이 피해를 입어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을 가리는 소송이 종종 일어난다. 화재 원인을 제공한 측의 보험사와 아파트 공용부분 손해를 책임지는 보험사가 따로 있어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곤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강성수)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입주민이 탈취제를 사용하다 불이 나 주차장과 주변 차량에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 탈취제를 제조·판매한 회사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충남 홍성군 A아파트 입주민인 B씨는 2015년 4월 1일 밤 10시경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에어컨 냄새를 없애기 위해 탈취제를 분사했다. 그런데 갑자기 앞좌석 에어컨 통풍구에서 화염이 발생해 B씨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화재가 진압됐다.

이 사고로 B씨의 차량은 전소됐고, 그 주변에 있던 다른 입주민 차량의 뒤범퍼에 열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지하주차장 그을음, 그 밖에 소방관들의 물 사용으로 인한 차량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A아파트 관리업체 C사와 아파트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D사는 이 사건 사고의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했고, 이 사건 탈취제를 제조 및 판매한 E사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이 사건 탈취제를 제조한 F사, 또 E사와 1억원을 한도로, F사와 3000만원을 한도로 각 생산물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G사, H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탈취제의 제조업자인 피고 E사, F사와 책임보험자들인 G사, H사는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화재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피고 E사, F사는 공동으로 1억3880만원, 피고 G사는 피고 E사와 공동해 위 기재 돈 중 4846만2180원, 피고 H사는 피고 F사와 공동해 위 기재 돈 중 3000만원을 원고 보험사 D사에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탈취제는 차량에 사용될 때는 사용 방법으로 표시된 바와 같이 통풍구에 주입하는 것이 통상적인 사용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차량의 시동이 꺼져 있더라도 공급되는 전원 때문에 전기배선의 접촉 불량 등의 원인으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점은 사용자로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위험이고, 이를 사용자가 주어지는 정보 없이 사전에 알아서 회피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러한 사정에 관해 이 사건 탈취제의 제조업자들인 E사와 F사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명, 지시, 경고 등의 표시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므로 제조물 책임법에서 정한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E사 등 네 회사가 “공용부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아파트 구분소유자들이지 관리업체 C사가 아니다”라며 지적한 D사의 구상권 부재 주장에 대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는 보험증권의 문언과 달리 아파트의 구분소유자들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D사가 관리업체 C사와 체결한 보험은 화재로 인한 건물의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의 경우 그 소유자가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에 해당한다.

이렇게 일정 규모 이상 아파트의 소유자가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보험자도 아파트의 구분소유자들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관리업체가 피보험자가 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지적이다.

또한 재판부는 “피보험이익은 아파트의 전유부분, 공용부분 및 가재도구에 대해 가지는 소유자의 재산상 이익이므로 피보험자도 아파트의 구분소유자들로 봐야 한다”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아파트 관리를 위임받은 관리업체 C사가 수많은 구분소유자들을 대신해 원고 D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그 보험료는 아파트의 입주자와 사용자들이 관리비에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업무 처리의 편의를 위해 보험증권에 피보험자를 C사로 기재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보험사 D사는 피보험자인 아파트 구분소유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그 금액의 범위에서 그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네 회사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 모두 각 항소를 제기했다.

한편 이와 비슷한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차량 화재로 인한 주변 차량 등 피해와 관련,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류재훈)은 화재 차량 주인인 입주민과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I사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에 대해 “화재 당시 주차장 스프링클러가 미작동했더라도 대표회의가 정기점검 및 시정 등을 잘해왔다면 I사가 대표회의에 구상할 수 있는 돈은 피해자들에 지급된 보험금의 15%인데, 이 금액은 대표회의가 다른 보험사를 통해 해결한 주자창 훼손 피해액과 관련해 I사에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 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되면 소멸하게 된다”며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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