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위탁관리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무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통제를 하지 않았다면 관리직원들에 대한 실질적 사용자는 위탁관리업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최근 경남 거제시 A아파트 관리소장 B씨와 관리직원 C씨, D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항소심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B씨 등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위탁관리업체 E사와 계약기간을 2015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로 하는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 대표회의는 지난해 3월 E사에 ‘관리소장 B씨에게 문제가 많아 관리소장 교체의 건을 의결했다. B씨를 3월 말까지 교체하지 않을 경우 관리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두 차례 발송했다. 같은 달 대표회의는 E사에 ‘B씨의 비위사실을 이유로 교체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회신이 없어 관리계약을 2016년 3월 31일자로 해지하기로 의결했다’고 통보했다. 대표회의는 지난해 4월 1일 관리업체 F사를 새로운 주택관리업자로 선정,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직원 중 B씨, C씨, D씨를 제외한 직원들은 아파트에 계속 근무했다. B씨 등은 대표회의가 고용승계를 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라며 지난해 4월 및 그해 5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노동위원회는 대표회의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며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B씨 등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B씨 등은 “E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나 근로기준법상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대표회의이므로 관리계약 해지를 이유로 고용승계를 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자와 체결한 위·수탁 관리계약상의 지위에 기한 감독권의 범위를 넘어 일부 직원의 채용과 승진에 관여하거나 관리사무소 업무의 수행상태를 감독하기도 하고 관리직원들의 근로조건, 임금, 복지비 등의 지급수준을 독자적으로 결정해 오기는 했으나, 관리업자 혹은 그를 대리한 관리소장이 근로계약 당사자로서 갖는 관리직원에 대한 인사권과 업무지휘명령권이 모두 배제 내지 형해화 돼 직원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며 “대표회의가 관리직원들의 업무내용을 정하고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행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는 경우 대표회의가 관리직원들과 근로계약에 있는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 근로계약상의 당사자인 E사의 원고 B씨 등에 대한 인사권과 업무지휘명령권이 모두 배제 내지 형해화 돼 원고 B씨 등과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다거나 대표회의가 원고들의 업무내용을 정하고 수행 과정에 있어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행했다고 보기 어려워 대표회의는 원고들에 대한 근로계약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심 법원은 “대표회의는 E사와 관리계약을 체결해 관리업무를 위탁했을 뿐 원고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주체는 E사고, 관리인력을 고용해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E사에 책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B씨 등은 B씨가 대표회장 및 부회장, E사 관계자 등이 동석한 자리에서 채용 면접을 봤고 대표회의가 면접에서 B씨를 채용하기로 결정해 관리소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 B씨는 이미 관리소장으로 내정돼 있었고 대표회의 임원을 만난 것은 채용을 위한 면접 절차가 아니라 단순한 인사 차원의 만남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표회의가 E사에 관리소장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직접적으로 해임 등 인사 조치를 한 바 없고 교체요청을 받은 E사는 B씨의 비위사실에 관해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등 관리직원들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관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표회의가 회의에서 직제 및 직원 급여 등 조정안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관리업무에 대한 견제를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관리업무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나 통제로서 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B씨 등의 급여 및 4대 보험료는 모두 대표회의 명의로 지급·납부됐는데 이에 법원은 “원고들이 대표회의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해 대표회의가 그 대가를 지급한 것이라기보다 대표회의가 E사에 원고들의 급여 및 보험료 등을 포함한 관리비를 송금하고 다시 E사가 원고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절차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대표회의와 E사가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대표회의는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가 아니고 대표회의가 원고들을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볼 수 없어 대표회의에게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봐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재심판정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B씨 등은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도 1심과 결론을 같이 해 B씨 등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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