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서 간접흡연 규정 신설 의미]

“명문화 됐을 뿐 강제성 없어”
“분쟁조정·벌칙 추가” 의견도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공동주택 세대 내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해 입주민과 관리주체 등의 노력이 의무화된 가운데 처벌·단속 조항의 부재로 해당 규정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9일 세대 내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 방지 대책 등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을 공포했다.

 

신설된 세대 내 흡연 관련 규정은 입주자 등에게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간접흡연 피해방지 노력 의무를 부여했다. 관리주체에 대해서는 입주자 등에게 간접흡연 중단 또는 금연조치를 권고하고 사실관계를 확인·조사하도록 했다. 또 입주자 등은 관리주체의 간접흡연 중단 등 조치·권고에 협조하도록 했으며 관리주체의 간접흡연 예방·분쟁 조정 등을 위한 교육 실시, 입주자 등의 자치조직 구성·운영 등의 내용도 담았다.

이에 대해 관리현장에서는 흡연 중단 권고를 위해 세대를 방문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것은 의미 있으나, 벌칙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관리소장 A씨는 “이전부터 입주민의 민원에 따라 베란다 등 세대 내 흡연을 한 입주민의 세대를 방문해 주의 등의 조치를 했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어 배려를 요구하는 조치밖에 할 수 없었는데, 법 개정으로 근거가 마련돼 의미 있다”며 “하지만 과태료 부과, 벌금 등 벌칙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아 강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세대 내 흡연이 적발돼도 이전과 같이 홍보·안내 차원의 조치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리소장 A씨는 “간접흡연 피해 방지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벌칙 조항을 만들어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대 내 간접흡연 피해 방지 대책을 제안한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이 지난 2월 발의했던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은 관리주체의 조치에도 간접흡연이 계속될 경우 피해 입주자 등이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나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동주택 간접흡연의 범위와 기준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공동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의안 검토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는 “객관적 측정방법과 기준이 마련돼 있는 층간소음과 달리 간접흡연은 피해 기준 설정 및 담배연기 측정방법 등이 기술적으로 어렵고, 설정된 기준 이하는 안전한 흡연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주게 된다는 등의 사유로 수용이 곤란하며,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환경부, 국민권익위원회 등도 동일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간접흡연의 경우 법적 기준이나 수인한도에 대한 기준 설정이 어렵고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와 흡연 행위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의견을, 보건복지부도 흡연에 따른 폐해 정도를 구분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기준을 설정한다는 접근은 실효성도 낮고 금연정책과 상충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따라 최종 개정안에는 분쟁조정, 간접흡연 범위와 기준에 관한 사항은 담기지 않았다.

일부 입주민들은 “처벌·단속 규정이 없어 흡연자들은 계속 간접흡연 피해를 줄 것”이라며 분쟁조정, 벌칙조항 등을 추가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김원일 사무총장은 국토부가 말한 ‘간접흡연에 대한 현장 확인도 어렵고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실효성이 없고 갈등만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아울러 “사적자치인 공동주택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행정기관이나 분쟁조정위에서 과도하게 개입하게 되면 오히려 입주민 간 갈등을 키울 수 있으므로 자체 관리규약으로 입주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민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간접흡연 피해 방지 규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됨에 따라 추후 벌칙 등을 포함한 법 개정에 영향을 미칠지 추이가 주목된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공동주택 간접흡연 피해 관련 민원은 총 1530건이고, 흡연 장소별로는 베란다·화장실 등 세대 내가 55.2%로 가장 많았다. 민원인의 요구사항은 공동주택의 금연 제도화(58.3%)가 가장 많았고, 흡연 단속·계도 요청 및 간접 흡연에 따른 고충 호소(37.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