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큰 폭 인상이 공동주택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입주자대표회의 한 관계자는 ‘핵폭탄을 맞게 됐다’는 말로 충격을 표했다. 여러 영향이 있겠지만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고용불안, 그중에서도 경비원들의 대량 인원감축 예상이다.

앞으로 전개될 몇 가지 상황들이 떠오른다.
우선 경비원, 관리기사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단지들은 무리해서라도 휴게시간을 늘릴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맘껏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근로자는 쉬지 못했다는 주장을 할 테고 이에 따른 마찰은 커질 것이다. 각 아파트에서는 근본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등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연령과 무관하게 동일한 임금이 적용되므로 고령자 채용을 기피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각 단지에서는 퇴직적립금의 부족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상된 임금이 적용되기 전에 퇴직을 종용할 수도 있다.

아파트의 직접적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회사 등은 문제 지적과 함께 중앙정부·지자체의 지원을 촉구하는 의견들을 앞다퉈 개진하고 있다. 앞으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 최저임금 인상의 불똥이 퇴직금 문제로 튀어, 공동주택 ‘용역비 정산’ 논란으로 재점화했다. 특히 국내 공동주택의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다른 지방자치단체들과 달리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도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용역비 정산’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 준칙 내용과 관련해, 경비 용역업체들을 중심으로 경기도를 방문, 문제에 대한 항의와 함께 폐지·개정 요구를 전했다.

일반적으로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초임금으로 해서 전체기간을 적용해 지급하게 된다. 같은 용역회사 소속으로 여러 단지를 이동하면서 근무하게 되는 경우, 각 단지로부터 받을 퇴직금과 용역회사에서 경비원에게 지급할 퇴직금 간에 차이가 발생해, 단지와 용역회사, 관리회사 간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의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 9차 개정에서는 퇴직금 등의 별도 적립을 규정했다. 올 3월 새로 바뀐 10차 개정의 경우 입찰 공고 시 퇴직금 등의 사후정산 사항을 입찰참가자에게 미리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 퇴직금 등의 별도 적립에 대한 언급은 제외했다. 그렇지만 ‘용역업체가 지급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만 지급토록 하는 내용’을 유지해 현장에서는 9차 개정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퇴직자의 이동 근무에 따른 퇴직금 차익 부담 주체 등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잠복해 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 준칙처럼 단지별로 “퇴직금을 지급사실이 입증됐을 때만 지급하라”고 한다면 자금부담의 증가로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지 못하는 회사가 늘 것이고, 이는 지자체에서 실정법인 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문제를 이토록 어렵게 한 이유는 뭔가. 이런 제도가 나오게 된 것은 상호불신 때문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관리회사, 관계 당국 등이 서로를 믿지 못해 나온 문제다. 도급계약의 원래 취지대로 관리회사에 용역 책임을 맡기고, 관리회사는 자체적으로 보험도 들고 정산을 하면 된다. 경기도처럼 준칙으로 그냥 ‘방치’하면 법으로 풀 수밖에 없다. 참 소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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