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입주자대표회의 간부와의 갈등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건을 맡은 울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관리소장 A씨는 전날 ‘입주자대표회의 간부 B씨는 내 죽음에 답하라’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관리사무소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옥상 기계실 안쪽에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관리소장이 남긴 유서의 내용을 완전공개하지 않은 상태며, 관리사무소 직원과 주민 대표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불행한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네티즌들은 아파트 관리인을 향한 일부 입주민들의 ‘고질적인 갑질 문제’가 또 터졌다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건의 조사가 끝나야 전모를 알 수 있겠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관리소장, 직원, 경비원 등 아파트 관리인들을 향한 갑질 사례는 좀처럼 끊이질 않고 있다.

2014년 10월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괴롭힘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분신자살한 일이 있었다. 유가족들은 입주민과 함께 관리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법원은 ‘입주민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 입주민과 관리회사의 공동책임을 인정해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개인적 일탈이라고 치부하기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갑질 사례가 너무나 다양하고도 많다. 어느 아파트에서는 택배를 찾아가라고 재촉하는 경비원을 폭행했고, 단지 쳐다본다는 이유 하나로 아버지뻘인 경비원을 때린 사례도 있다. 아파트 입주민 가운데는 ‘공기가 오염된다’며 경비실의 에어컨 설치를 반대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경비원에 욕설하는 사례도 자주 일어난다. 경비원들에게 인사를 강요하는 일도 생겼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학생이 경비원들의 90도 인사와 관련 글을 올린 게 한 때 화제된 적이 있다.

“…경비 아저씨들께서 아침마다 통로 앞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그분들보다 한참 어린 저는 당연히 경비 아저씨 앞을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고, 갑자기 그런 일이 시작된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저도 그분들께 90도로 인사드리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우리 아파트의 이러한 행태에 관련한 글이 이슈가 돼 읽어보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몇몇 분들이 왜 우리 아파트는 출근시간에 경비가 인사하지 않느냐고 지속적으로 컴플레인을 걸어 이러한 일이 시작됐다고 하더군요. 너무 부끄럽습니다. 이 일이 제가 사는 곳에서 일어난 것도 부끄럽고, 이러한 문제가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기 전까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스스로도 부끄럽습니다. 기사에서만 보던 ‘갑질’이 우리 아파트에서도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이 학생은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존중하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배려와 존중은 우리가 당연시했던 아름다운 덕목이다. 세상이 각박해져 가다 보니 이런 당연하게 생각했던 문화가 잊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들의 마음도 무뎌가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아파트 공동체 구성원 모두 진지하게 자성할 때다. 많은 언론이 9월 22일부터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시키는 등 아파트 관리인을 상대로 한 ‘갑질’ 행위가 법으로 금지될 예정이라고 앞다퉈 보도,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론 ‘독소적 조항’에 대한 제도적 보완은 놔두고 ‘갑질 이슈’만 부각돼 답답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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