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말 대규모유통업법에도 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영리적 이익을 얻은 경우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주장이 힘을 얻게 된 데는 10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시행돼 온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2011년 3월 ‘하도급법’에서다.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자에게 기술자료 제공 등을 요구해 손해를 끼치면 손해액의 최대 세 배를 배상토록 했다. 기업, 법조계 등의 반대 및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각 법에 순차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민사적 요소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달리 ‘징벌적 과징금’은 징벌적 요소가 들어 있는 행정처분이다. 보통의 과징금보다 액수가 훨씬 크다. 예를 들어 하도급법에서는 하도급 대금의 두 배까지 과징금을 문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여러 부분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벌써부터 ‘징벌적 과징금’ 강화를 거론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일감 몰아주기, 담합 등 대기업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크게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에 타격을 미치는 수준으로 과징금 규모를 올려 기업이 불법 행위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카르텔 등 불법행위가 적발돼 당하는 불이익이 매우 커지는 방향으로 과징금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행정 제재만으로 기업 불법행위에 대응하는 것이 한계가 있어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민사적 수단으로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담합하다 걸리면 관련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 받는다. 공정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토대로 이 기준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법을 고쳐 매출의 최대 30%까지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강 건너 얘기가 아니다. 공동주택 관리업계도 이런 정책적 변화 추이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 관리 도급사업장에서 매출의 30%면 엄청난 금액이다. 기업 경영에 직접적 타격을 줄 정도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적 제재에 앞서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많은 정책과 관련 법령의 적용에 있어 적어도 평등하고 공정한 ‘룰’을 만들면 좋겠다. 관리시장 경쟁도 평등하게 참여하며 공정한 프로세스를 거쳐 결과를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마침 지난주 한 공동주택 관리회사에서 ‘관리비 절감 및 서비스 개선사례 경진대회’를 열었다. 업계에서 공유하면 좋은 내용들이었다. 사례발표만큼 인상적이었던 건 사이에 있었던 ‘관리비 선정지침 위반사례 및 방지대책 교육’이었다. 관리비 절감 못지않게 과태료 등 과징금 대책이 관리업계에서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징벌적 과징금’이라니.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탈피하지 못하면 급변하는 시대에 역행할 뿐 아니라 관리업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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