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계단실형도 환경 따라 복도형 보온기준 적용

시행사·시공사가 소화배관 보온기준을 준용하지 않은 채 아파트를 시공했다면 동파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어 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최근 충남 아산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손해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B사가 이 아파트 시행사 C사와 시공사 D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B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변경, 피고들은 공동해 원고 B사에게 1614만여원을 지급하고 원고 B사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3년 1월 이 아파트 승강기 앞 벽면에 설치된 옥내소화전의 소화배관이 약 75㎜ 가량 동파되면서 그 안에 있던 물이 밖으로 흘러나와 소화전 설비에서 3m 거리에 있는 승강기 2대의 내·외부 및 하부의 각종 전기, 전자, 기계 부품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 입주자대표회의는 2584만여원의 수리비를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다.

보험사 B사는 대표회의에게 사고로 인한 수리비 손해액 2584만여원 중 보험계약에서 정해진 보상비율 80%에 해당하는 손해보험금 2152만여원을 지급했다.

이에 보험사 B사는 “C사는 시행사로서 소화배관을 안전하게 설치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D사는 시공사로서 하자 없는 소화배관을 시공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데, C사와 D사가 이런 주의의무를 위반해 이 사건 동파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사고로 인한 손해 2152만여원을 지급하라”며 C사와 D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1심 재판부는 “동파사고가 소화배관의 하자 또는 피고들의 고의·과실로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B사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B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이 아파트 소화배관의 겨울철 동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소화배관이 설치된 PD 자체의 단열성능을 높여 시공하거나 ‘복도형 아파트로서 외기 또는 비난방실과 면한 벽면이 2면 이상인 PD’에 적용되는 보온기준을 준용해 소화배관에 25㎜ 발포폴리에틸렌보온재와 발열선을 시공해 동파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소화배관에 50㎜의 발포폴리에틸렌보온재만 시공하고 별도의 발열선이나 PD 벽체의 단열성능을 높이기 위한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아파트가 준공된 후 2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동파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피고들은 공동해 동파사고로 대표회의가 입은 손해를 집합건물법 제9조에서 정한 하자담보책임에 따라 배상할 의무가 있고 원고 B사는 대표회의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로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포폴리에틸렌보온재 25㎜ 및 발열선을 함께 시공하도록 한 보온기준은 복도형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계단실형인 이 아파트에 적용하지 않은 것에 과실이 없다’는 C사와 D사의 주장에 재판부는 “발포폴리에틸렌보온재 및 발열선 시공은 복도형 아파트에만 적용할 수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발열선소화배관 동파사고는 아파트 구조보다는 배관이 설치된 위치가 받는 외기의 영향에 크게 좌우돼 계단실형 아파트라도 복도형 아파트와 유사한 환경에 소화배관이 설치돼 있다면 동파방지대책으로 복도형 아파트에 적용되는 보온기준을 얼마든지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실제로 피고 D사가 2009년 7월 설계를 변경하기 전까지는 계단실형인 이 아파트의 옥내소화전 소화배관에 25㎜ 발포폴리에틸렌보온재와 발열선을 시공하도록 하는 기준이 적용됐고, 1심 보완감정결과에 의하면 피고 D사가 설계를 변경하기 전 시방서대로 시공했을 때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들은 소화배관에만 동파사고가 발생한 것은 인접한 복도측 환기창 4개가 모두 개방돼 있었던 것이 주 원인으로 동파사고는 입주민들의 관리소홀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만약 환기창이 모두 닫혀 있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1심 보완감정결과에 의하면 사고는 환기창 개폐여부와 상관없이 발생, 환기창 개방으로 동파필요시간이 조금 더 단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외에는 사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동파사고는 준공시점으로부터 불과 2년 2개월 만에 발생한 것으로 노화현상에 따른 사고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고 이전에도 이 아파트의 또 다른 소화배관에서 유사사고가 수차례 발생했으나 이 사건 동파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전수검사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도 “손해배상 범위가 기온 추이나 아파트 구분소유자들의 옥내소화전 관리방식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하면 피고들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75%로 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보험사 B사의 청구는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 1심 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해 부당하므로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C사와 D사는 이같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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