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우리로 주규환 변호사

필자는 최근 욕실 바닥에 물기가 많이 있었음에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던지 욕실에서 크게 미끄러질 뻔 한 적이 있다.

나름대로 욕실 바닥 타일과의 압착력이 강해 쉽사리 미끄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욕실 슬리퍼를 구비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지만 방심하고 있는 사이, 부지불식간에 미끄러질 뻔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다치지는 않았으나 생각만 해도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오금이 저린다.

이런 아주 순간적인 찰나의 경험을 겪고 나서 문득 과거의 시점으로 기억을 되짚어 보면 월세살이를 전전했던 대학 학창시절부터 사회에 나올 때까지의 오랜 기간 동안 거주했던 각 건물들 중 욕실 내부에서 크게 미끄러지거나 미끄러질 뻔했던 기억이 도저히 떠올려지지는 않는데, 혹시 실제로 그런 적이 있었음에도 당시 다치지 않았거나 혹은 그러한 사실이 너무나도 오래 전의 일이기 때문에 기억에서 말끔히 지워졌을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당시의 각 건물의 욕실들이 다행스럽게도 구조상 환기가 잘 된 덕분에 욕실 바닥 타일에 물기가 남아 있지 않아 미끄러지는 현상이 아예 발생할 수가 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수년간 여러 유형의 하자 소송을 수행하면서도 간혹 재미있다고 생각해 눈 여겨 봤던 몇 가지의 하자 항목 부분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공동주택 욕실 바닥 타일의 미끄럼과 관련된 문제다. 공동주택의 경우 주로 노약자 및 유아 등은 물론이거니와 건장한 성인들에게도 실제로 알게 모르게 욕실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하자 소송을 하는 경우 사설 하자진단업체를 통해 아파트에 존재하는 전유, 공용부분 하자들을 발췌하게 되고 이런 사설 진단업체가 작성하는 하자 진단 보고서는 하자 소송을 할 때 유용한 자료가 된다. 필자가 기억하기에 많지는 않았지만, 아주 꼼꼼했던 진단업체였던지 세대 하자 항목들 중 욕실 바닥 타일 미끄럼을 하자라고 보고 하자 항목으로 분류했던 사안들이 몇 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아파트를 진단했던 진단업체로서는 아파트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욕실 바닥 미끄럼도 하자라고 보고 발췌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설 하자진단업체가 나름 하자라고 보았던 욕실 바닥 타일 미끄럼 부분은 실제 법원으로부터 하자라는 판단을 받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다.

욕실 바닥 타일 미끄럼의 경우 결국은 욕실 바닥에 방수층과 모르타르 시공이 이뤄지고 난 다음 떠 붙이기나 압착 공법으로 시공되는, 마감재 시공자재인 타일 표면의 미끄럼의 문제라 할 것인데 과거 건축 관련 법령에서는 바닥은 미끄럽지 않은 바닥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형태의 내용으로만 규정돼 있을 뿐 욕실 바닥에 시공하는 마감 타일 표면의 미끄럼 정도나 미끄럼 저항성 등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가 2013년경에 들어와서야 건축법령에서 욕실 등의 바닥 마감재료는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게 됐다. 하부 규칙에서는 건축법에 따라 바닥을 도자기질 타일로 마감하는 경우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도록 산업표준화법에 따른 한국산업표준(KS L 1001)의 미끄럼 저항성 마찰계수의 기준에 적합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을 두게 됐다.

따라서 비교적 최근에 새롭게 건축된 아파트들에서는 욕실 바닥 타일의 경우 잘 미끄러지지 않는 종류의 타일로 시공해야 함을 알 수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 사설 하자진단업체가 아파트 하자 진단을 하면서 발췌했던 아파트 욕실 타일 미끄럼에 대해 법원이 하자로 보지 않았던 이유는 2013년 및 2014년경에 와서야 욕실 타일의 미끄럼 정도를 구체적으로 규제하는 규정이 생기고 시행됐고 그 전에는 욕실 타일의 미끄럼을 규율하는 직접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이 이에 대해 하자라고 판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경우 굳이 비용이 소요되는 미끄럼 방지타일 공사를 하지 않더라도 욕실 환기를 잘 시킨다거나 바닥과의 압착력이 큰 슬리퍼를 비치하는 등의 간이한 방법들도 예기치 않은 낙상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좋은 예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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